서울 송파구에서 초·중학생 자녀 셋을 키우고 있는 노현서(44세)씨는 수개월째 보내고 있는 둘째 아이의 영어학원을 옮길지 고민 중이다.
주 2회, 3시간씩 수업에 월 35만원으로 알고 등록했지만, 매월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되는 패드 수업과 교재비, 차량운행비로 별도 16만원씩 별도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씨는 "오히려 내신 대비하는 중학생 아이는 수강비 35만원만 내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은 영어에만 50만원을 쓰고 있다"며 "수학까지 보내면 거의 100만원인데, 1인당 47만원이라는 사교육비 통계가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일 교육부가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지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하는 유아 1인당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고, 유아 사교육 중 가장 비싼 유형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으로 월평균 154만 5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유아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유아 대상 영어학원인 이른바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실제 체감 비용과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영어 유치원을 보낸 윤성희(43세)씨는 한 달 원비로 190만~200만원씩 썼다.
윤씨가 보낸 영어 유치원은 정규 수업비용이 132만원이지만 여기에 차량비(8만원), 식비(13만6400원)를 별도로 냈다.
수업마다 10만원대인 방과후활동과 3~6개월마다 내는 온라인 프로그램비, 교재비까지 합치면 매월 30만~40만원의 추가 비용이 생긴다고 한다.
다수의 학부모도 실제 영어 유치원 비용이 200만원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방과 후 없이 190만원""입학 초 물품 구입비(의복 등) 제외하고 방과 후 2회 신청하니 월 200만원""매일 방과후수업, 교재 포함 300만원" 등이라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학원·교습소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반일제 유아대상 영어학원 중 원비가 가장 비싼 곳은 월 308만원(서초 SCE어학원)이었다.
연간 부담비는 3699만원으로 4년제 대학 연평균 등록금(678만원)의 5.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초중고 사교육비도 체감 비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반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9조2000억원, 사교육비 참여율이 80.0%를 기록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으로 집계됐지만, 초등학교 영어 학원비만 해도 30만~40만원대인 상황에서 수학, 국어, 예체능 등의 과목이 추가되면 실제 지출비는 정부 발표 금액을 크게 웃돈다.

이번 사교육비 조사와 국민이 체감하는 사교육비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개별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만 크게 부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년 사교육비를 조사해 발표하지만, 이때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교육비는 전국 초중고 3000개 학교의 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3~5월, 7~9월 조사했는데 학군지부터 학원 인프라가 적은 읍·면 지역,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 등도 모두 통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평균값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처음 조사한 유아사교육비의 경우 7~9월(3개월), 1만324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모집범위 등이 제한적이라 연간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는 올해 시험조사 집계 결과를 바탕으로 표본설계, 설문 문항 등을 검토하고 내년에 국가승인통계(보육실태조사 등)에서 영유아사교육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사교육비가 이번 조사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본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중 사교육비 총액을 자체 성균관대 Next365연구단서 추측해보니 역대 최고인 40조원에 육박했다"면서 "유아 사교육비 규모의 경우, 적어도 5조원에서 10조원 사이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