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과잉수사·인권침해를 이유로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14일 행사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은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단 브리핑을 열고 “수사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하고 방대해 특별검사 제도 도입취지에 불명확하다”며 정부의 거부권 의결 이유를 설명했다.
명태균 특검법은 명씨가 2021년 이후부터 2024년까지 윤석열 대통령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공천거래와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021년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재보궐선거, 대선 등을 포괄해 수사 대상 선거는 총 10여개다.
이 선거 당선인은 총 4518명이다.
특검법은 여기서 인지한 사건을 전부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과잉수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최근 실시된 모든 선거 및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특별검사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또 “광범위한 수사범위가 인지수사 규정과 결합해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특검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한 점도 문제 삼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유지 권한을 부여한 전례는 없다”면서 “특검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3일 안에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를 자동 임명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전례 없는 규정으로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하고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명씨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의 수사로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명태균 특검법’을 또 다시 출범시키는 건 특검 제도의 본질인 예외성과 보충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명태균특검법은 내란 원인이 된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법안인데 이를 거부한 것은 명시적으로 최상목 자신이 내란 공범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요소가 가득한 법안이라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날 거부권 행사로 최 대행은 권한대행을 맡은 지 2개월여 만에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견해를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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