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전 세계 모든 무역 대상국에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인 4월2일까지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알루미늄에 대한 (12일부터 25%로 부과 중인) 관세와 4월 2일자로 계획한 관세(상호관세)에 대해 변화의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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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전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하는 등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flexibility)”이라고 항변한 뒤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언급이다.
같은 날 자신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유럽연합(EU)의 보복이 나오자 하루 만에 관세 정책에 대한 태도가 재차 강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단계 보복 조처로 내달 1일부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에 품목별로 10∼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같은 달 13일부터는 2단계 조처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미 공화당 주(州)의 ‘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각종 경고음에도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이나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내하겠다는 의지를드러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과 맞물려 미국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지난 3주간의 작은 변동성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기 및 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관세 공방’이 가장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대국인 캐나다에 대해 “우리는 캐나다가 가진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삼겠다는 자신의 구상에 대해 역설했다.
그러면서 관세와 관련해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이나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알루미늄 대미 최대 수출국인 캐나다는 이날부터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에 보복관세 부과를 시행한 데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상대로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미국과 상대국들 간의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4월 2일이 되기 전에 각국이 개별적으로 협의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 도중 관세관련 질의에 “언제나 말해왔듯 우리 이익을 보호할 것이지만, 동시에 협상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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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캐나다 차기 총리. AP연합뉴스 |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대해 25% 할증료 부과를 공언했다가 이를 보류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워싱턴에서 공식 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중국 역시 보복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처를 발표하지 않아 대화의 문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을 만나 “중국과 미국은 펜타닐 문제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고 성과를 내왔다”며 “중국은 미국의 새 행정부와 추가적인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고 미국 측도 이것을 잘 안다”고 말한 바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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