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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군 간부를 사칭해 대량의 음식을 주문한 뒤 찾아가지 않는 ‘노쇼’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시 삼도동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10일, 자신을 제주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부대원들을 위한 녹차 크림빵 100개를 주문하며 “14일 오전 9시에 다른 간부가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빵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A씨는 예약한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 대신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돌아왔다.
이어 “병사들이 모두 녹차 알레르기가 있다”며 “보육원에 후원하고 좋은 일 하시길 바란다.
시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는 조롱 섞인 메시지를 받은 A씨는 분노해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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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A씨는 “녹차 크림빵 100개의 가격은 33만 원이지만, 금전적인 손해보다 정성 들여 만든 빵이 무의미해진 것이 더 화가 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해병대 9여단 측은 “이와 같은 주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동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군부대가 밀집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며, 2024년 12월 기준 전국적으로 76건이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천 강화군의 음식점 6곳에서는 해병대 간부를 사칭한 인물이 음식 50인분을 주문한 뒤 내부 사정을 이유로 전투식량 구매비 등을 대신 지불해달라고 요청한 후 잠적했다.
또한, 충북 청주에서는 국방부 대령을 사칭한 남성이 도시락 480개를 주문한 뒤 전투식량 납품 업체에 980만 원을 대신 송금해달라고 요구하고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량 주문 시 예약금을 요구하고, 주문자의 신분과 소속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해병대 9여단 관계자는 “군을 사칭한 사기 행각이 반복되고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의심스러운 주문이 있을 경우 반드시 해당 부대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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