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사고 발생 시 수사·재판 장기화로 인한 필수의료 종사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심의위가 의료인의 과실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수사기관에 기소 자제를 권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모두 반대하는 가운데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19일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2차안의 핵심은 비급여·실손보험 체계 개편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병원 육성이다.
이 중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행 방안으로는 ▲환자·의료진 간 신뢰 강화 ▲의료사고 시 배상·보상 체계 강화 ▲필수의료의 사법적 보호 강화 등이 제시됐다.

정부는 우선 의료사고 발생 시 잦은 소환조사 및 수사로 필수의료 종사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심의위를 신설해 최대 150일 이내에 심의 과정을 마치기로 했다.
20명 내외로 구성되는 심의위에는 의료계·수요자·법조계가 추천한 전문가 각각 5명씩 총 15명과 현행 의료분쟁 조정절차에 참여하는 감정위원, 새로 신설되는 '환자 대변인'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환자 대변인은 법적·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의 실효적 피해 회복을 위한 전문가 조력 제도다.
심의위 산하에는 내과계, 외과계, 복합질환계 등 유형별 전문위원회도 구성·운영될 예정이다.
심의위가 사실조사 및 의학적 감정에 기반해 중대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라 판단하면 검경에 수사 기소를 권고한다.
반면 단순과실로 판명될 경우 수사기관에 ‘기소 자제’를 권고해 형사처벌을 종결하도록 했다.
단순과실은 수술 부위 착오, 수혈·투약 오류 등 법률에 명시하고, 주의 의무 이탈이나 피해 발생 과실 등은 심의위가 중대과실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환자와 의료진 간 조정·합의에 따른 반의사불벌도 폭넓게 인정할 방침이다.
현재 경상해에만 적용되는 반의사불벌 범위를 중상해까지 확대하고, 사망사고는 필수의료에 한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되 쟁점이 있는 사안인 만큼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심의위의 전문성 부족을, 환자단체는 심의위가 판단할 중대과실의 범위를 문제 삼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심의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의료 사고가 중대과실인지, 단순과실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심의위가 어떤 전문성이 있어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중대과실을 중심으로 기소한다는데, 심의위가 개별 판단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단순과실이 될 것"이라며 "의사 소환을 생략하고 불기소 처분하는 과도한 특혜를 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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