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등 우월지위 남용 금지법 위반”
238조원 무기공동조달 대출계획 발표
4월 철강 수입량도 최대 15% 감축
EU 수입국 3위인 한국 ‘불똥’ 우려
트럼프 “우방국들에 강간·약탈 당해
상호관세 발표일, 美 해방일로 부를 것”
유럽이 경제·안보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동맹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주에 전후 80년간 지속돼온 대서양 동맹 균열이 가시화하면서 홀로서기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유럽연합(EU)은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세우는 한편 군비증강을 통해 안보 자강을 강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대응책이지만 한국도 덩달아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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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4월2일(‘상호관세’ 발표일)을 ‘미국 해방일’로 부르겠다”며 “우리는 우리나라가 ‘강간’과 ‘약탈’을 당하도록 허용했다.
많은 부분이 우방국들의 소행이다.
유럽을 보라”며 유럽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표현에서 보듯 대서양 동맹이 ‘균열’을 넘어 ‘종말’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럽도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규제에 본격 시동을 걸며 맞불을 놓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 빅테크를 압박할 경우 관세 부과 등으로 보복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관련 규제 강행 방침을 밝힌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날 “구글 검색엔진은 경쟁사 서비스보다 알파벳 자체 서비스를 먼저 드러낸다”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에 모든 브랜드 기기가 호환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개방하라는 내용의 결정문도 채택했다.
DMA 위반 결정이 확정된 기업에는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반복 위반으로 판단되면 20%까지 부과가 가능하다.
이번 결정으로 EU에 빅테크에 대해 규제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관세 대응 조치를 시사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 12일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발효하자 EU는 이에 대응해 다음달부터 철강 수입량을 최대 15%까지 줄이기로 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아무도 지키지 않고 모든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EU만 산업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EU는 2018년부터 국가별로 지정된 할당량까지는 무관세로 수입하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무관세 적용 물량 기준을 줄여 전체 철강 수입품을 최대 15%까지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려는 제3국 제품이 EU로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EU 전체 철강 수입국 3위인 한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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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
EU 집행위는 이날 무기 공동조달을 위한 1500억유로(약 238조원) 규모의 대출금 지원 계획 ‘세이프’(SAFE)도 발표했다.
2030년 ‘재무장’을 목표로 집행위가 마련한 총 8000억유로(약 1272조원) 규모의 자금조달 동원 계획의 일부다.
이번 계획은 유럽에서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낮추고 안보 자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대출금은 방공·미사일 방어, 미사일 탄약, 드론 등 구매에 사용돼 회원국의 무기 재고 비축과 우크라이나 직접 전달에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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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본부에서 열린 EU 집행위원회 회의 모습. AP연합뉴스 |
특히 이들 국가에 기반을 둔 방위산업체로부터 무기를 사들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반면 EU와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미국 등은 제외됐다.
하지만 규정이 까다롭고, 이번 계획이 ‘유럽 재무장’ 촉진을 위해 설계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 방산기업들이 계약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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