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황을 이뤄야 하는 식당과 숙박시설 등이 사람이 없어 텅 비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죠.
제주도를 떠난 관광객들은 일본·대만·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올해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98만88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감소했다고 하니, 이러한 현상이 숫자로도 나타나는 셈입니다.
제주도에 대한 외면은 전 세계 최고의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김포(서울)-제주' 노선의 위축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포-제주 노선은 전 세계에서 연간 가장 많은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노선으로 유명합니다.
김포나 제주공항을 한 번이라도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당 노선을 운항하는 비행기는 그야말로 버스 수준으로 많습니다.
5~10분에 한 번씩 비행기가 뜰 정도니까요. 그런데도 그 비행기 대부분이 꽉 들어찰 정도로 승객이 장사진을 이룹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의 항공 데이터 분석 기관 OAG(Official Airline Guide)에 따르면 해당 노선은 총 1420만명이 이용하며 2위인 일본 하네다(도쿄)-신치토세(삿포로) 노선(1190만명)을 크게 앞섰습니다.
아무리 제주 여행을 이전보다 덜 간다고 하더라도 항공 이용객만큼은 다른 노선 대비 압도적인 셈이었죠.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변화가 감지됩니다.
OAG가 3월 중순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노선을 추산한 결과를 보면, 김포-제주 노선 이용객은 총 105만1750명으로 여전히 1위였습니다.
2위인 하네다-신치토세(103만2880명) 노선과 3위인 하네다-후쿠오카(100만1967명) 노선을 근소하게 제쳤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이용객 수가 1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AG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국내선 탑승객 상위 10개 노선 중 가장 큰 감소폭입니다.
국제선 상위 10개 노선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네다-신치토세, 하네다-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각각 지난해보다 7%, 9% 승객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셈입니다.
김포-제주 노선의 승객 감소세는 항공정보포털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 1월과 2월 누적 기준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한 승객 수는 105만3238명이었고, 운항 항공기 수는 5940편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승객 수 121만7120명과 운항 항공기 수 6741편에 비하면 확연한 감소세를 나타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3년에는 2024년보다 승객·항공기 수 모두 소폭 많았음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 나타난 제주 관광객 감소세가 항공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벌어진 '무안공항 참사' 여파입니다.
자사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며 사고에 엮인 제주항공은 이달 말까지 국제·국내선 운항 편수를 줄였습니다.
이로 인해 제주항공은 지난 1월 일시적으로 국내 저가항공사(LCC) 1위 자리에서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꼭 무안항공 참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항공사들은 제주행 비행기 운행 편수를 줄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공항의 김포-제주 노선이 주 35회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항공사들도 이전보다 노선을 감편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승객 감소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다 보면 세계 최고 '황금 노선'의 자리를 일본 등 다른 노선에 빼앗길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일본이나 대만,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많다 보니 앞으로도 제주도를 찾는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제주도 등 국내 여행을 가느니 가까운 해외로 가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의견이 많구요. 그래도 최근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흥행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입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를 중심으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으며 제주도도 이를 활용한 홍보 영상을 송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는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이 다가오는 4월부터는 제주행 노선을 증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월은 항공사들의 하계일정이 시작되는 시기인데, 항공사들이 하계 운항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이를 국토부가 확정 발표하는 방식입니다.
요구대로 항공사들이 제주행 비행기를 증편할 경우 다시 김포-제주 노선이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아주경제(www.ajunews.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