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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 가는 美 국방장관… “전투 80주년 기념식 참석”

국방부 홈피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 삭제 논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태평양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일본 섬 이오지마(硫黃島)를 방문한다.
1945년 2월19일 시작해 1개월여 뒤인 3월26일에야 미군의 승리로 끝난 이오지마 전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미국인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온 일명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이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되며 논란을 일으킨 직후라 주목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문일답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21일(현지시간) 헤스게스 장관의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영토인 하와이와 괌 그리고 동맹국인 필리핀·일본이 방문 대상인데, 일본에선 이오지마 전투 80주년 기념식 참여가 장관의 일정에 포함됐다.
일본 측에선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1945년 2월19일 미 해병대는 일본 본토에서 가까운 이오지마에 처음 상륙했다.
원래 비좁은 화산섬에 불과했던 이오지마는 일본군이 미군의 공격에 대비해 비행장과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며 일종의 요새가 되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 본토 공습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중 갑자기 문제가 생긴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착륙할 비상 활주로를 건설할 장소로 이오지마가 꼭 필요했다.

미 해병대는 압도적 병력으로 금방 이오지마를 점령할 수 있다고 여겼으나 이는 오산이었다.
섬 곳곳에 동굴을 파고 숨어 있던 일본군은 이동하는 미군 병사들을 기습해 커다란 인명피해를 안겼다.
1개월 넘게 걸린 전투는 1945년 3월26일 섬에 있던 일본군이 사실상 전멸함으로써 끝났다.
이 기간 미군 6800여명이 전사했고 일본군은 무려 2만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2차대전 도중인 1945년 2월 일본 섬 이오지마에 상륙한 미국 해병대원 6명이 섬에서 가장 높은 수리바치 산 정상에 대형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치열한 전투가 한창이던 1945년 2월23일 이오지마에서 훗날 미국사에 길이 남을 사진 한 장이 촬영됐다.
섬 안에서 가장 높은 수리바치 산 정상에 미 해병대원 6명이 대형 성조기를 게양한 것이다.
이 사진은 며칠 뒤 미국 주요 신문 1면에 큼직하게 실리며 미국인의 애국심을 한껏 자극했다.
동시에 불굴의 해병대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이 돌연 사라졌다.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표방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진에 찍힌 해병대원 6명 중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아이라 헤이즈 일병(당시 22세)이 있다.
헤이즈의 존재는 그간 미군 구성원의 인종적·민족적 다양성를 입증하는 사례로 활용돼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특히 강조된 다양성의 가치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이를 의식한 국방부가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를 내리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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