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 넷째 날인 20일(현지시간)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는 데에는 20년은 걸릴 것’이라던 자신의 두 달 전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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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
황 CEO는 지난 1월 월가 투자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의 발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매우 유용한 양자컴퓨터에 대해 15년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초기 단계일 것이다.
30년은 아마도 후기 단계일 것”이라며 “하지만 20년을 선택한다면 많은 사람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황 CEO의 발언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들은 지옥을 맛봤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덩치를 키워왔던 아이온큐, 리게티 등이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약 40% 폭락해서다.
황 CEO는 이번 GTC 2025에서 AS(사후관리)에 나섰다.
그는 양자컴퓨터 업계 리더들과 ‘퀀텀 데이’ 행사를 열고 “(과거 발언으로) 양자컴퓨팅 업계 전체 주가가 60%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그제야 이들 기업이 상장사라는 걸 알았다”며 “이 기업들은 내가 틀렸고, 내 예상보다 양자컴퓨팅이 더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양자컴퓨팅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황 CEO의 발언으로 주가가 치솟은 사례도 있다.
황 CEO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을 위한 챗GPT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며 AI의 다음 여정으로 ‘피지컬 AI’를 지목했고, 로봇 관련 주는 유례 없는 상승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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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
황 CEO의 ‘한 마디’를 가장 예의주시하는 기업 중 하나는 삼성전자다.
30년 넘게 D램 세계 1위를 지켜온 ‘메모리 절대 강자’이지만, 최근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애를 먹으면서 황 CEO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해진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 GTC 행사에서 황 CEO가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에 적은 ‘젠슨 승인’(JENSEN APPROVED) 사인이 꼽힌다.
당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HBM3E 공급을 독점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곧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퀄 테스트(품질 인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이번 GTC에서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AS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최신 그래픽 메모리 GDDR7에 ‘최고’(Rocks), ‘RTX는 계속된다’(RTX ON)라고 적은 것이다.
RTX는 엔비디아의 게임용 그래픽카드 제품 라인으로, 최신 제품인 ‘지포스 RTX 5090’에 GDDR7이 탑재된다.
이번 사인의 배경엔 황 CEO가 CES 2025에서 한 발언이 자리한다.
당시 그는 ‘RTX 5090에 마이크론 메모리를 탑재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메모리를 안 하는 거로 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다음날 성명을 통해 “지포스 RTX 50시리즈에는 삼성을 시작으로 다양한 파트너사의 GDDR7 제품이 들어간다”고 발표했지만, 삼성전자의 HBM 부진과 맞물려 발언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았다.
황 CEO는 이번 GTC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울트라’에 삼성전자 HBM3E가 탑재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삼성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은 베이스다이(HBM 맨 아래 탑재되는 핵심 부품)에서 ASIC(맞춤형 칩)와 메모리를 결합하는 능력이 있다”며 ‘삼성 띄우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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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황 CEO는 GTC에서 반도체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인텔의 지분 인수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컨소시엄 참여 여부와 관련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관련돼 있을 수는 있지만, 나는 모른다”며 “어딘가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초대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황 CEO의 이같은 발언은 인텔 인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신들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미국 정부로부터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인수를 압박받고 있고, 이에 TSMC가 인텔 인수에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을 끌어들이면서 리스크 분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TSMC가 엔비디아와 같은 ‘큰손’과 함께 인텔 인수에 나서면 투자 실패로 인한 ‘독박’을 쓸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절묘한 한 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황 CEO가 이를 부인하면서 컨소시엄 존재 자체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앞서 대만 언론은 컨소시엄 소식과 관련해 “TSMC는 줄곧 ‘본업’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인텔 합작투자를 선제적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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