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
산불 직간접 영향구역 계속 늘어나
당국 “곳곳서 잇따라 역량집중 난항”
매년 봄마다 산불 발생 되풀이 양상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 시급” 목소리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산림 당국이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조한 날씨 속에 강한 바람이 부는 데다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산불을 끄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서다.
특히 산불은 매년 봄철 반복되는 상황이어서 전담인력 증원이나 특수장비 도입 등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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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대형산불 현장 한복판에 투입된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곡괭이 등을 이용해 산불 확산을 막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산불로 직간접적 피해를 받는 산불영향구역은 계속 늘어나 1362㏊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전날 오전 11시24분쯤 산불이 발생해 산림 당국이 헬기 27대 등을 동원해 진화 중이다.
이 산불도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직선거리로 9㎞ 떨어진 의성읍 방면으로 확산했다.
산불 피해 면적은 4050㏊를 넘어섰다.
22일 낮 12시16분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만 하루가 지나도록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은 180ha로 점점 커지고 있다.
대피령이 내려진 마을도 2개 마을(주민 76명)에서 5개 마을(867명)로 늘었다.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이들 지역에는 강풍이 불고 있다.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부는 골바람까지 불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더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산청군 시천면에는 초속 6∼9m의 순간 최대풍속이 불었다.
산 정상 부근에는 초속 10∼15m의 강풍이 불었다.
경북 의성군에는 전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17.9m인 바람이 불었다.
울산 울주에는 최대 풍속이 6∼7m인 돌풍이 수시로 불고 있어 현장에서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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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기준 최고 대응 수준인 산불 3단계가 발령된 곳만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3곳이다.
오후 1시 기준 전국 9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산림 당국은 전날 하루에만 31건의 산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울산소방본부에는 소방헬기가 2대 있는데, 이 중 1대도 울주 산불보다 앞서 발생한 산청 산불 지원을 나가 있는 바람에 울주 산불 진화 작업 초반에 투입되지 못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어 헬기 등 진화능력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불 현장의 급경사와 암석지, 좁은 길 등도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에 소속된 30대 한 소방관은 “3∼4월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산불 출동벨이 많이 울리는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하루 2~3번 산불현장에 동원되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불현장은 급경사와 암석지, 임도시설 부족 등으로 헬기를 제외하고 직접 사람이 손수 불길을 끌 수밖에 없는데 인력이 많지 않아 체력 소모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서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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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의성군 산불 현장에 소방인력 65명과 소방차량 22대 등을 긴급 투입해 진화 작업을 도왔다.
또 현재 보유한 아리수 11만병(350㎖) 중 5만병을 산불 피해지역의 요청이 오면 즉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강원도 역시 의성 등에 진화 차량 등 장비 10대와 소방대원 20명을 긴급 지원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대원이 최선을 다해 진화작업에 임하되 무엇보다도 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형 산불로 인해 운행이 통제됐던 철도와 고속도로의 통행은 23일 대부분 재개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의성 인근 중앙선 철도 열차 운행을 정상화했다.
울주군 산불로 차량 통행이 제한됐던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IC∼청량IC 구간 양방향 차량 통제를 이날 오전 대부분 해제했다.
하지만 의성휴게소 근처 산불 현장에서 다량 발생한 연기 등으로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의성나들목(IC)∼안동(JCT) 구간 양방향 통행은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다시 통제됐다.
또 산불 지점과 인접한 온양IC 인근 1㎞ 구간은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어 양방향 각각 3개 차선 중 3차선만 통제를 유지한다.
울산·산청·의성=이보람·강승우·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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