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94세 노인이 편의점에 들어와 500엔(약 4900원)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일본 FNN 등은 지난 20일 새벽 홋카이도의 한 편의점에 들어와 점원을 위협하고 현금을 요구한 혐의로 남성 A씨(94)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 18분께 편의점에 들어와 점원 B씨에게 "강도를 하러 왔으니 500엔을 내놔라"라고 말하며 현금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혼자 지팡이를 짚고 매장에 들어와 점원을 위협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여전히 계산대 앞에 서 있던 A씨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6cm 길이의 과도를 찾아낸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과도는 칼날 부분이 골판지에 싸인 채 박스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명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협박할 의도가 없었다.
돈을 빌리러 편의점을 찾았을 뿐"이라며 "강도를 하러 왔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강도미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지만, 건조물 침입·공갈미수·총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A씨가 94세의 고령이라는 점과 허술한 범행 수법, 적은 범행 액수 등을 보고 "일부러 감옥에 잡혀 들어가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니냐"라고 추론했다.
지난 1월 미국 CNN은 일본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최근 10년 새 약 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초고령 국가인 일본에서 빈곤과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이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제 발로 교도소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일본 도치기현 내 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81세 여성은 CNN에 "이 교도소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아마도 이 삶이 저에게는 가장 안정된 삶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60대 때에도 동종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으며, 두 번째 범죄는 연금이 다 떨어졌는데도 다음 연금 지급일이 2주 남았을 당시 벌어졌다고 한다.
CNN은 "도치기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들은 교도소 내 공장에서 일해야 하지만, 일부 수감자들은 그 생활에 만족한다"며 "일부 노인 수감자들은 차라리 수감돼 있는 것을 선호할 정도로 일본 노인들의 고독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교도소 간수는 "춥거나 배고파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 달에 2만~3만엔(약 18만~28만원)을 내고 평생 이곳에서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밝혔다.
교도소 안에서는 규칙적인 식사뿐만 아니라 무료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출소 후에는 스스로 치료비를 내야 하므로 가능한 한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노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인 수감자들이 늘어나면서 교도관들은 요양보호사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관 C씨는 "이제 우리는 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돕고, 식사를 도와야 한다"며 "지금 교도소는 범죄자들로 가득 찬 감옥이라기보다는 요양원 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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