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입찰 시 직접시공 비율평가 적용
'시민안전 위협' 지적에 시 "불법하도급 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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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2022년 7월 도입했던 '직접시공 50% 의무화' 방안을 폐지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도입한 '건설공사 50% 직접시공 의무화' 방안을 전면 폐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제도 도입 3년도 되지 않아 '규제 철폐'라는 명목으로 안전 관련 정책을 폐지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발표된 규제철폐안 13호에는 '직접시공 50% 의무화' 방안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직접시공'이란 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인력과 자재, 장비를 투입해 시공하는 것을 말한다.
시가 '직접시공 50% 의무화' 방안을 도입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시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등 후진국형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2022년 7월 토목·골조 등 안전과 품질에 미치는 주요 공종에 대해 원도급사가 도급비 50% 이상을 직접 시공하게끔 하는 '직접시공 확대 등을 통한 하도급 풍토 개선방안'을 도입했다. 건설 안전과 품질 향상 도모 취지로, 당시 100억원 미만 공사에 국한됐던 직접시공 50% 규제는 이듬해 1월 모든 공사로 확대됐다.
그러나 '직접시공제'가 건설업계의 이행 능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다보니 업계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증 등으로 대규모 SOC 사업의 유찰이 반복됐다.
이에 시는 '직접시공제'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신 입찰 시 직접시공 비율평가를 올해부터 우선 적용했다. 직접시공 20%시 만점이다. '입찰 시 직접시공평가'는 시가 행정안전부에 개정 건의한 것으로 30억원 이상 적격심사 및 종합평가낙찰제 대상 건설공사에 대한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와 시민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시의 조치가 현행법령보다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30조의2에 따르면 건설사업자는 도급금액이 3억원 미만인 경우 최대 50%에서 30억원이상 70억원 미만인 경우 최소 10%까지 금액별 차등 비중에 따라 직접시공 비율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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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직접시공제' 폐지 카드를 꺼낸 대신 입찰 시 직접시공 비율평가를 올해부터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건설현장 관계인 교육을 진행 중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하다. /서울시 |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건설업계 내 만연한 불공정한 하도급과 안전문제를 외면하는 행태라며 강력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직접시공제는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규제"라며 "과거 서울시는 건설안전을 위해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직접시공제 확대를 선언했는데, 이익단체와 엉터리 정책관료 때문에 중단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도급 업체에게 안전·품질 등의 책임까지 떠넘기는 잘못된 생산방식은 안전사고 가능성을 결코 줄일 수 없다"며 "직접시공 폐지로 결국 가장 최하층인 건설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 안전사고 이후 대책으로 도입된 제도가 3년 만에 폐지된 것을 두고도 반발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찬 서울시의원은 "안성고속도로 붕괴사고, 무안 아파트 무더기 하자 등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SH공사가 도입한 직접시공제 확대 정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채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와 SH공사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정책이 정작 세부 기준이나 매뉴얼이 부실해 제대로 된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못한 채 운영되다가, 제도보완 대신 '규제 철폐'라는 이름으로 폐지된 것"이라며 "비록 부실하게 운영된 것은 시정돼야 마땅하지만, 시민 안전 문제는 어떤 경제적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고 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등 건설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50% 직접 시공' 의무화를 유지하기보단 올해부터 '입찰시 직접시공 비율평가' 적용을 새롭게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업계 여건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이행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건설업계와의 대화와 자료 등을 통해 고민한 끝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불법하도급에 대한 단속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안전 품질을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