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연합(EU)에 중국산 전기차(EV)를 둘러싼 보조금 분쟁을 해소해 다자간 무역시스템의 핵심축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중국개발포럼이 열리기에 앞서 베이징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을 만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로 요약되는 복잡한 국제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EU 간 보조금 분쟁을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2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포럼에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 임원 80명 이상이 참석한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역사는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이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러번 증명했다"며 중국과 EU가 보조금 분쟁을 종식한다면 국제사회에 분명하고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BMW가 가능한 한 빨리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EU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EU는 이 조사 이후 10월 말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45%까지 인상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는 보조금을 자국 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국산 전기차 가격을 낮춰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당국은 전기차 관세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EU를 설득해왔지만 끝내 관세 부과를 막지 못했다.
EU의 관세 조치 이후 중국 전기차 선적이 타격을 입었고 작년 10월 전기차 판매량은 40%나 급감했다.
11월 판매량도 4분의1로 줄었다.
EU는 지난해 중국 전기 자동차의 최대 구매국이며, 중국의 해외 수출 물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BMW 등 독일 자동차기업들은 베이징의 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EU의 관세 조치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EU는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을 견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무역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만 EU는 중국을 경계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해당 제품들이 유럽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및 가격 압박을 우려한다.
EU의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후발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유럽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은 EU 관세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회사의 유럽 시장 진출 계획을 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세계에 개방을 확대하고 사업 환경을 계속 최적화할 것"이라며 "이는 BMW그룹을 포함한 외국 기업에 대한 약속"이라고 했다.
한편 EU는 최근 비야디(BYD) 전기차 공장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이 헝가리에 설립한 비야디 전기차 공장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를 유럽연합(EU)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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