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원본성·무결성 놓고 공방 오가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63명 중 9명에 대한 2차 공판이 치열한 법리 공방 속에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사자성어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실 때도 그 근원을 생각하라)’을 언급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신청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24일 오전 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우현)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이모씨 등 난동 사태 가담자 9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대다수 피고인들은 다중의 위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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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은 19일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고인들이 직접 후문을 개방했다”는 표현을 “다수의 성명불상 집회시위자들이 후문을 개방했고, 피고인들은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들어왔다”로 수정했다.
한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번 공소장 변경으로 피고인 개인은 열린 후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인데, 이는 물리력 행사가 없었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범죄 요건이 변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동영상 위조 가능성”... 증거 능력 집중 공방
이날 공판에서는 증거 능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이 제출한 1000여개의 증거 중 동영상과 사진의 원본성과 무결성을 두고 피고인 측과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동영상들은 원 제작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편집됐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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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 “채증영상을 보면 마치 누군가가 피고인을 따라가면서 촬영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의문이 든다”는 피고인 측 주장도 나왔다.
이에 검찰은 “현장에 다수의 유튜버가 있었고, 일부 피고인들도 유튜버였다”며 “초기부터 채증한 영상과 경찰이 직접 채증한 영상, 법원 내외부 폐쇄회로(CC)TV 등 모두 증거능력을 부여받기 위한 활동을 했다“고 반박했다.
◆ “음수사원”... 공수처 영장 신청 정당성 다툼
이날도 변호인단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근본 원인이 공수처의 불법적인 영장 신청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인은 “물을 마실 때는 그 샘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언급하며, “공수처는 내란 수사권이 없는데도 서부지법에 영장을 신청했고, 이에 애국시민들이 불같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고, 간첩 잡는 특수활동비를 민주당이 100% 삭감한 상황에서 어떤 언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며 “너무나 걱정됐기 때문에 자원해서 변호를 맡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와 재판부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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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재판부가 증거 조사를 위해 4월7일, 14일, 21일로 공판 기일을 지정하자 변호인단은 “촉박하다”며 일정 조정을 요청했다.
한 변호인은 “일주일에 2∼3번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변론을 충실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많고 증거도 방대해 더 많은 기일이 필요하다”며 “핵심 증거를 먼저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부 피고인 측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며 “보석을 전향적으로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 3~5개를 추려 원본성과 무결성 입증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동영상과 사진 증거를 먼저 조사하기로 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한 피고인들은 4월30일로 분리해 진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4월7일부터 세 차례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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