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주권 위협 등에 직면한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6개월가량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여당 자유당과 야당 보수당의 접전이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유당 총재를 겸하고 있는 카니 총리는 메리 사이먼 총독에게 연방의회 해산을 요청하고 "4월 28일 총선 투표를 실시하며, 그에 앞서 후보자들은 5주간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올해 총선이 10월 20일 전 치러져야 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취임한 카니 총리는 올해 10월에 총선을 치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우리의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우리는 일생일대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트럼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캐나다가 진짜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를 분열시켜 소유하려 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의 대응은 강력한 경제 기반을 세우고 더 안전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을 이끄는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독립과 주권을 인정해야 하고, 캐나다에 관한 관세 부과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반(反) 트럼프 목소리를 높였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간 이끈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유권자 불만으로 최근 지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선거에서 패배를 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여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기 위해 '경제적 힘'을 사용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반미 정서가 퍼졌다.
이에 힘입어 유권자들이 자유당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했고, 캐나다중앙은행(BOC)와 영란은행(BOE) 총재를 역임한 '경제통' 카니 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카니 총리는 정치적 경험이 거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브렉시트에 잘 대처한 경험을 내세워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처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제 투표는 트럼프를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럴 브리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 최고경영자(CEO) "유권자가 변화를 모색했던 선거에서 리더십에 중점을 둔 선거로 바뀌었다"며 "유권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일이 아니라 현재 및 가까운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당이 자유당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약해졌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닉 나노스 나노스리서치 설립자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와 관세 위협으로 인한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잘 대처할 수 있느냐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제럴드 버츠 글로벌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선거에 관한 확실한 한 가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벡주가 선거의 핵심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니 총리는 한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어로 대답하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영어로 답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폴리에브 대표는 7번의 선거를 치른 노련한 정치인으로서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여당 자유당과 야당 보수당의 접전이 예상이 되면서 현지 여론조사 결과도 갈리고 있다.
캐나다 여론조사 업체 아바커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전국적으로 39%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자유당이 36%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4009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여론조사 업체 앵거스 레이드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당은 42%, 보수당은 3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캐나다 유권자들은 최신 인구 조사 결과를 반영해 2021년 총선 때의 338명보다 5명 늘어난 343명의 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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