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에 건조한 날씨 더해져
나흘 넘도록 주불 잡기에 ‘진땀’
연무도 겹쳐 헬기 투입 어려움
산불 진화율도 70%대 머물러
이재민 1485세대 2742명 발생
“바람이 이렇게 원망스러운 건 처음입니다.
”
사흘째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24일 오후 경북 의성군 산불 진화에 동원된 경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김모(30대)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전날 밤에 소집돼 여기로 넘어와 밤새 한숨 못 자고 불을 껐다”면서 “바람이 세게 불어 산 정상에 올라가면 몸이 휘청거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라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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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운람사 잿더미로…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 운람사가 화마에 휩쓸려 폐허가 돼 있다. 왼쪽 사진은 산불 발생 전 운람사 전경. 의성=뉴시스 |
김씨는 두터운 마스크를 벗고 가쁜 숨을 내쉬더니 500㎖짜리 생수병을 쉬지 않고 한꺼번에 마셨다.
얼굴과 진화복은 온통 재투성이였다.
그는 “매년 봄마다 크고 작은 산불로 고통을 받던 주민들이 또 한 번 고통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며 “마음 같아선 당장 불을 끄고 싶은데 짓궂은 날씨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 피해를 겪었던 주민들은 이번 의성 산불은 예년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민들이 대피한 의성체육관에서 만난 70대 이모씨는 “야속하게도 날씨가 맑아 진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비가 내려 산불이 꺼질 수 있도록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 산불도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산림 당국은 주불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진화에 그야말로 진땀을 빼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산불 피해 면적은 6861㏊로 대형산불 4곳(의성·산청·울산 울주·경남 김해) 중 가장 큰 의성 산불의 경우 강한 바람이 주불 진압의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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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헬기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나무와 잎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산림 당국은 이날 일출 시각에 맞춰 의성에 진화 헬기 57대를 투입하려 했으나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헬기 32대만 투입했다.
이달 21일 발생해 나흘째 접어든 산청 산불도 강한 바람 탓에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현재 진화 헬기 36대가 현장에 투입됐고, 지상에서는 인력 2341명이 불을 끄고 있다.
발생 사흘째인 울주군 산불 현장에는 67대의 장비와 인력 1900여명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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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삼거리 인근 한 야산에서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고 있다. 윤암삼거리는 안동시 길안면과 청송군 방면으로 갈라지는 길목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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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한 야산 아래 민가에서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자 현장에 출동한 경상북도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진화하고 있다. 뉴스1 |
이날 낮 12시 기준 산불 진화율은 의성 71%, 산청 70%, 울주 69%, 김해 96%로 집계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추가 인명피해는 경상자 3명에 그쳤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잿더미로 변했다.
전국에서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불에 탔다.
이재민은 1485세대 2742명이다.
이들 중 504세대 689명은 귀가했으나 나머지는 아직 임시대피소 등에 머물고 있다.
의성·산청·울산=배소영·강승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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