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매년 부활절마다 열리는 전통 행사에 자금을 후원할 기업을 물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밈 코인 발행, 백악관 내 테슬라 시승행사 등에 이어 이번에도 대통령이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CNN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다음 달 열릴 '부활절 달걀 굴리기(White House Easter Egg Roll)' 행사를 기업체들의 브랜드 홍보장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외부 이벤트 업체 '하빙거'를 통해 올해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 브랜드 홍보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할 기업 스폰서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는 윤리적·법적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이들 매체는 지적했다.
CNN이 입수한 9쪽짜리 행사 안내 자료를 보면 업체들은 최저 7만5000달러(약 1억2000만원)부터 최고 20만달러(약 3억원)까지 후원금을 내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비싼 20만달러 항목을 택하면 백악관은 기업 부스 설치, 로고 배치, 기업 브랜드가 새겨진 간식 또는 음료 제공,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의 브런치 참석, 백악관 기자단과의 교류 기회, 백악관 개인 투어 및 이벤트 티켓 150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 후원 모집에 나선 하빙거는 2013년 공화당 보좌진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안내문에서 "행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자금과 활동, 선물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브랜드의 가시성과 국가적인 인정을 얻을 수 있다"면서 "역사의 일부가 돼라"고 선전했다.
147년의 전통을 지닌 '부활절 달걀 굴리기'는 백악관이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다.
어린이 수천 명이 백악관 뜰에서 삶은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계란 산업을 장려하는 마케팅 단체 미국달걀위원회(AEB)가 수천개의 계란을 후원하고, 모금액은 모두 재클린 케네디가 설립한 비영리 사립교육기관인 '백악관 역사협회'로 전달된다.
연방 공무원들이 공직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연방 규정에 따라 지금까지는 올해와 같은 기업체 관련 홍보 활동은 없었다.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 고문실에서 수석 윤리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W.페인터 변호사는 CNN에 "백악관이 사기업으로 하여금 그들의 브랜드를 홍보하도록 허용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을 사설 비영리 단체로 유입되게 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직자로서의 지위를 사익 등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월 취임 직전에는 각각 자체 밈 코인을 출시해 이해 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연방정부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백악관 경내에서 테슬라 '모델S'를 시승하고, 차량을 구매하기도 했다.
현지언론들은 이를 두고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특정 상품을 홍보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 세일즈맨이 됐다"고 비꼬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