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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진화대원들 10년 된 방화복 입고 방연마스크 없이 출동

대부분 60세 이상… 장비 열악·노후화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걸러줄 마스크도, 불에 타 떨어지는 나무를 막아줄 안전모도 없습니다.


강원 춘천시에서 산불진화대원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모(66)씨는 24일 “그나마 있는 장비도 낡아 불을 끄러 갈 때마다 이것들이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번 대형 산불이 우리 관할지역에서 났으면 내가 희생자가 됐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 사흘째인 24일 산림청 산불특수진화대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60대인 산불진화대원 동료 2명과 춘천 4개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산불이 나면 방화복과 방화 장갑, 안전화를 신고 15ℓ짜리 등짐 물 펌프를 둘러메고 산을 오른다.
이들 대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장비는 전혀 없다.
김씨는 “매번 시청에 안전 장비 확충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을 이유로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등짐 물 펌프도 10년이 다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산불진화대원의 사망이 고령인 탓도 있겠지만 낡은 장비가 위험을 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지급받는 안전화는 1~2년이면 닳아버린다.
그런데 보급은 3~4년 주기”라며 “일부 진화대원은 10년 된 방화복을 아직도 입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김씨가 소속된 산불진화대원들이 사용하는 창고에는 고장 난 등짐 물 펌프 2대가 방치된 채 나뒹굴고 있었다.
노후화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있는 산불진화차량 140여대 가운데 30여대가 사용 가능 기한인 10년을 훌쩍 넘겼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 사흘째인 24일 산림청 산불특수진화대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화대원들의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강원 18개 시·군에 소속된 진화대원 1118명의 평균 연령은 63세에 달한다.
특히 철원은 68세, 동해·양구는 66세다.
임금은 최저시급(건조기 약 10만원) 수준이고 봄과 가을철 한때만 일하는 자리라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발생하는 대형산불 진화를 위한 인력·장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산불진화대는 불을 끄는 동시에 자신을 보호할 역량이 필수”라며 “적절한 장비 지급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형화하는 봄철 산불에 산림당국은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13일 오후 1시30분 강원 동해소방서 상황실에 ‘원인미상 산불 발생, 긴급출동’이라는 긴급한 무전이 울렸다.
가장 가까운 119안전센터 2곳에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초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강한 바람에 불은 시내로 이어지는 길목인 1차 방어선 쪽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강원소방본부장은 무전기를 들고 “현 시간부로 관할 소방서 모든 인력이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한다”고 명령했다.
인근 소방서와 산림청·지자체에서도 산불 진화대원과 장비가 파견됐다.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24일 오전 산림청 헬기가 산청군 단성면 일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관과 진화대원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야산에 연신 물을 뿌려댔지만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일반 살수차보다 5배 많은 4000ℓ 물을 싣고 45도 경사를 거뜬히 오르는 험지펌프차 9대가 동원됐다.
펌프차는 불길에 가까이 접근하며 고압수를 퍼부었다.

30분간 화마와 사투를 벌였으나 불이 계속 번지자 소방본부장은 “대응 2단계 발령”을 명령했다.
진화헬기 지원도 요청했다.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린 진화헬기가 산불 현장을 오가며 물을 뿌린 후에야 주불이 잡히기 시작했다.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24일 산청군 시천면 외공마을 한 주택이 폭격을 맞은 듯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 배치된 살수차들이 일제히 방수하며 지원사격에 나섰고 산불 발생 1시간 만인 2시32분 주불을 껐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소방대원들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대원 207명을 비롯해 험지펌프 9대, 살수차 13대, 소방헬기 1대 등 장비 53대가 투입됐다.
이날은 봄철 대형 산불을 대비해 연막탄을 사용한 훈련이었지만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연이어 연출됐다.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24일 오전 산청군 시천면 일대 산이 시커멓게 타버린 모습이다.
연합뉴스
소방 관계자는 “매년 이맘 때 동해안에 불어오는 양간지풍에 대비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훈련을 실시했다”며 “소방 진화대원 등과 함께 대형 산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해·포항=배상철·이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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