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대거 삭감해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그 공백을 러시아와 중국이 이용하려 한다고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해외원조를 9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사업이 중단되면서 USAID 예산 4분의 1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지원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결정을 기회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결핵 및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를 전달했다.
피에르 솜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장관은 TV 인터뷰에서 "많은 정부가 미국의 지원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메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 '공동의 미래를 위한 중국의 원조'라는 문구를 적은 광고판을 세웠다.
케냐에 부임한 중국대사는 현지 주요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이를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프리카 현지에 자국 언론도 대거 진출시키고 있다.
중국은 관영 방송 채널인 CGTN 지국을 아프리카 전역에 두면서 관영 신화통신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지난달 아프리카연합(AU) 본부가 있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관영 스푸트니크의 지역 거점 방송국을 개설하고 에티오피아 국영 언론과 제휴를 맺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아프리카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와 내전, 쿠데타로 인도적 위기를 겪는 아프리카가 강대국들의 이권 경쟁에까지 휘말리며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세력의) 공백은 채워지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관여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들은 불순한 목적을 갖고 (다른 나라에)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신들의 가치를 외국에 이식하는 등 그간의 방식을 포기하면서 러시아·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을 지낸 제임스 길모어는 미국의 원조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들 중 많은 프로젝트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나타낸다.
만약 우리가 그 영역을 권위주의 국가에 내준다면 다음 세기는 매우 암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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