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메르켈 내각에서 농식품부 장관 역임
독일 연방의회 하원의장에 ‘독일 와인 여왕’ 출신의 50대 여성 정치인이 내정돼 눈길을 끈다.
독일에서 하원의장은 국가 의전 서열상 대통령 바로 아래로 상원의장은 물론 행정부 수반인 총리보다도 더 높다.
24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CDU 소속 율리아 클뤼크너(52) 의원을 차기 하원의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독일은 지난 2월 하원의원 총선거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CDU/CSU 연합이 총 630석 중 208석을 얻으며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CDU/CSU 연합이 총선에서 120석을 확보한 사회민주당(SPD)과 연립정부를 꾸리기로 합의함에 따라 조만간 새 연정이 출범하면 메르츠 대표가 총리를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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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의회 하원의 차기 의장에 내정된 율리아 클뤼크너(52) 기독민주당(CDU) 의원. 젊은 시절 ‘독일 와인 여왕’으로 뽑힌 그는 과거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독일 연방의회 홈페이지 |
한때 ‘메르켈의 후계자’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메르켈한테 각별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관 재임 시절 그는 모든 독일 국민은 반려견을 하루 최소 2번씩 총 1시간 이상 산책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해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 ‘과도한 규제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클뤼크너 장관은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다”라며 “그들의 욕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클뤼크너 하원의장 내정자는 1972년 12월 독일 남서부 프랑스와의 접경지인 라인란트팔츠주(州)의 소도시 바트크로이츠나흐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포도 재배지다.
자연히 일찍부터 와인 산업이 발전했는데 그 때문인지 클뤼크너는 20대 중반이던 1995년 독일 와인 여왕으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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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클뤼크너 독일 연방 하원의장 내정자(왼쪽)가 2016년 2월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한 모습. 메르켈 내각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클뤼크너는 한때 ‘메르켈의 후계자’로 불렸다. 게티이미지 제공 |
1999년까지 ‘미혼 여성만이 와인 여왕에 도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던 점에서 알 수 있듯 초창기에는 미인 대회 성격이 짙었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특산물을 알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만든 ‘○○ 아가씨’와 비슷했던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외모보다는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에 관한 지식이 훨씬 더 중시된다.
독일 와인의 우수성을 해외에 홍보해야 하는 만큼 외국어 구사 능력도 필수다.
독일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나 정작 독일인들은 자국 와인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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