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양측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경찰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상경 시위를 불허하자 '변칙 시위'가 일어났다.
집회 현장에는 트랙터를 실은 화물트럭 32대가 집결해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평소에도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남태령고개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4호선 2번 출구 인근 끝 차로엔 갈 곳 잃은 전농 소속 1t 트럭 수십여 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전농은 당초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남태령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 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전날 트랙터의 서울 진입은 불허하고 트럭은 20대만 진입을 허용하자 대형 트럭에 트랙터를 싣는 방식으로 시위 방식을 바꿨다.
경찰은 대형 트럭의 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막아서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전농은 남태령 4개 차선 중 3개 차선에서 "트랙터 행진은 정당하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공범 경찰들은 즉각 차 빼라" 등 구호를 외쳤다.
탄핵에 반대하는 유튜버들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온몸으로 막겠다며 남태령에 모여들었고 “빨갱이들”, “이재명 구속” 등 폭언을 쏟아냈다.
서울경찰청은 기동대 27개 부대 1700여명을 투입했고, 경기남부청도 9개 부대를 배치해 일대 경비·교통 관리 등에 나섰다.
전농은 경찰이 지나치게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석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 모임 변호사는 “경찰이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금지 통고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집회금지통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집회금지통고는 2023년 619건에서 지난해 1001건으로 61.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집회신고가 12만4938건에서 11만2180건으로 줄어들었는데 집회금지통고는 늘어난 것이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트랙터 같이 농사에 쓰이는 탈것이 서울 도심에 나올 경우 교통정체가 극심하게 벌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생업이 달린 시민들은 시위대와 경찰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퀵 배달기사 최모씨(35)는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통행을 막고 있는 것이냐”며 “제 시간에 물품을 배송하지 못해 페널티를 받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 A씨(70)는 교통 통제에 나서고 있는 경찰에 “콜을 잡았는데 어디까지 도로가 통제돼 있는지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 모르겠다”면서 “손님 받을 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손해는 누가 배상하느냐”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원이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트럭을 통한 행진만이라도 허락해준 것인데 한술 더 떠 트럭에 트랙터를 실은 것은 꼼수 시위"라며 "경찰이 트랙터를 실은 트럭을 막아선 것은 경찰 입장에서 전농이 원래 계획했던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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