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2배 이상…발작?사지 비대칭?척추측만증 등
전문가 “저신장 질병 아닐 경우 처방 권하지 않아”
“부작용이요? 당연히 걱정되긴 하죠. 저희 아들도 일시적으로 혈당 수치가 올라 당뇨병 걱정도 했지만 차차 괜찮아지더라고요. 아들 미래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 중이에요. 5살 때부터 맞았는데 첫해에 10cm 이상 큰 걸 보고 지금 2년째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치료제 처방이 급증하면서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각한 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경우 치료제를 찾기 보단 건강한 생활 습관이 키 성장에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지난 21일 서울의 한 병원 성장클리닉에서 접수 중인 모습. 김수연 기자 |
26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에 요청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 사례 건수’는 2020년 660건, 2021년 1189건, 2022년 1603건, 2023년 1626건으로 최근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2024년 9월 기준 1091건으로, 지난 한해 이상 건수가 2023년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이 보고된 부작용 사례를 보면 △ 전신 장애 및 투여 부위 병태(주사 부위 통증?출혈?타박상?종창 등) △ 감염 및 기생충 감염(바이러스 감염, 비인두염, 인플루엔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 피부 및 피하 조직 장애(두드러기, 발진, 가려움증, 홍반 등) △ 각종 신경계 장애(두통, 어지러움, 졸림, 감각 저하 등) 등이었다.
영구 장애나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도 있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 부작용 건수는 113건에 달했다.
발작, 두개 내압 증가 등 각종 신경계 장애에서부터 손 변형, 척추측만증, 골단 분리, 사지 비대칭, 골 괴사 등 근골격 및 결합 조직 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식약처는 정상인에게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장기간 과량 투여할 겨웅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
최근 5년간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사례 건수. 그래픽=양혜정 기자 |
실제 성장클리닉을 운영 중인 다수의 병원?의원 등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효과를 더 내세우고 있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 성장클리닉 관계자는 “일단 맞아봐야 부작용도 알 수 있다.
아이마다 성장이 천차만별이듯 부작용도 다 다르게 나타난다”며 “많게는 주사 부위 통증부터 드물게는 소아비만, 당뇨병까지 다양하지만, 효과가 더 확실하다 보니 예약이 반 년 이상 밀려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모들 역시 아이의 키가 저신장(하위 3% 미만)에 속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부작용을 감수하고 치료제를 처방받고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 병원 성장클리닉에서 만난 주부 이모(39)씨는 “아이도 처음에는 주사 통증이 심해 힘들어했지만 키가 자라는 게 보이니 지금은 참으면서 맞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맘카페 등에서도 “하위 30%이지만 빨리 맞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해서 초등학생인데도 3년째 병원을 다니고 있다” “성장검사를 했는데 예상 키가 작게 나와 맞아보려 한다.
부작용이 걱정되긴 하지만 아이의 작은 키가 더 걱정이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 |
지난 21일 서울의 한 병원 성장클리닉 진료실 앞에 붙은 관련 안내문. 김수연 기자 |
식약처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지만,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져 불필요한 처방과 사용이 늘고 있다며 오남용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과대 광고만 믿고 무작정 맞았다가 심할 경우 장애까지 얻을 수 있는 만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검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서정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학과 교수는 “실제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처방할 때도 부작용이 있는데 정상 키인 아이들에겐 어떻겠느냐”며 “다만 의약품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 군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의료 윤리 위반이라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혜순 이대서울병원 소아내분비과 교수 역시 “정상인에게 의약품을 장기간 과량 투여할 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료가 우선돼야 한다”며 “금액도 상당한 만큼 의학적 질환이 없을 땐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많이 자고 많이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게 최고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