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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재확산 반복, 물 뿌려도 허사… “온 마을 연기투성이” [초대형 산불 악화일로]

진화 현장 대응 ‘역부족’
하회마을, 마스크 없인 호흡 곤란
“업무지시 수시로 바뀌어 대혼란”
영양·영덕 등 동해안쪽으로 번져
보물·명승 등 국가유산 8건 피해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이 하동으로 옮겨붙은 뒤 26일 지리산 코앞까지 번졌다.
검뿌연 연기가 가득 들어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 주민들은 초긴장 상태다.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산림당국이 불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형국이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26일 안동 하회마을이 연기에 갇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코앞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하회마을엔 산불로 인한 연기가 들이닥쳤고, 낮 12시가 지나면서 그 농도가 더 짙어졌다.
마스크 없이는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캐한 냄새가 마을 전체를 덮쳤다.
200여명의 마을 주민은 아침 일찍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마을에 인기척이 없었다.
전날부터 외부인 입장도 통제돼 유령마을 느낌이 났다.

인근 병산서원의 상황도 비슷했다.
병산서원은 낙동강 지류를 따라 하회마을과 인접해 있는데 산불이 병산서원 방향으로 다시 접근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전 10시를 전후해 연기가 유입되자 산림당국은 서원 주변과 인근 주택, 상가, 창고, 나무 등에 물을 수시로 뿌리며 산불 확산에 대비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만휴정(晩休亭)은 불길이 번지기 전 덮어둔 방화포 때문에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현재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이 발견되지만 그 외에 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은 청송과 영양, 영덕 등 동해안 방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밤사이 산불 확산으로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수용자 일부도 다른 교도소로 이송됐다.
법무부는 경북북부2교도소 수용자 약 500명을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교정기관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수용자들은 호송버스 등을 이용해 이동했으며, 탈주 등의 돌발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은 야속한 상황에 산불 진화작업에 동원된 이들이나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경북 의성 산불 현장인 금성면에서 만난 공무원 김모(30)씨는 “여기저기 동원되다 보니 전날 30대 막내 공무원이 과호흡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며 “불은 삽시간에 계속 번지는데 업무 지시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계속 바뀌어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21일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엿새째 이어지며 하동으로 번진 상황이다.
불은 소강과 재확산을 반복하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고, 강풍이 부는 데다 쌓인 낙엽층이 두꺼워 헬기가 계속 물을 쏟아부어도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200m까지 접근한 산불을 산림당국이 방화선을 구축하며 사수작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산불진화대원은 “가파른 지형에 호스를 들고 가서 불을 끄고 있다”며 “5일 넘게 진화작업을 하니 숨이 막힐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영양군까지 번진 산불로 26일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영양=연합뉴스
닷새째 이어진 울주군 산불로 곳곳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대운산 인근 6개 마을 주민 305가구 357명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민 20여명이 대피해 있는 온양읍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외광마을 주민 박모(57)씨는 “급하게 나오느라 외투 하나 들고 나왔다.
슬리퍼에 단벌신사 신세다”면서 “온 마을이 연기투성이라 연기를 마셨더니 목이 좀 아프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운산 산불은 강풍에 불길이 살아나면서 경남 양산으로 확산했다.
26일 낮 12시 진화율은 78%, 잔여 화선은 4㎞다.
산불영향구역은 658㏊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이날 현재 보물 2건, 명승 1건, 천연기념물 1건, 시도지정 문화유산 4건 등 8건의 국가유산이 전소되거나 일부 소실됐다고 밝혔다.
보물인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경북도 유형문화유산 청송 만세루와 문화유산자료인 하동 두방재 부속건물 2채는 완전히 탔다.
산청·의성·울주=강승우·배소영·이보람 기자, 유경민 기자,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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