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영덕·영양 등 하루 새 22명 사망
진화헬기 추락해 70대 조종사도 숨져
울주군 경계 양산까지 불길 확산세
27일 가랑비… 대형 산불 잡긴 역부족
韓 대행 “역대 최악… 모든 역량 집중”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마치 로켓처럼 강풍을 타고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경북 의성,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 등 산불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6시 현재까지 26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커지는 양상이다.
![]() |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건물 흔적들이 보이고 있다. 이번 경북 의성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뉴스1 |
시·군별 사망자를 살펴보면 영덕 8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3명 등 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다.
또 의성 산불 현장에서는 이날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혼자 헬기를 몰았던 73세 조종사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 S-76 기종 임차 헬기로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깝게 운항했다.
22일 이후 확산 닷새째인 의성 산불은 최대 풍속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인근 6개 시·군으로 번진 데 이어 경북 포항과 강원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경북 지역 봉화와 경주 산불은 주불이 진화됐다.
산림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강한 바람이 불면서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산불영향구역은 추산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 |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직원들이 26일 오전부터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인근, 지리산 경계 200m 지점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제공 |
21일 이후 엿새째 이어진 산청·하동 산불은 이날 지리산에 인접한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까지 번졌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 9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반달가슴곰 안전 여부를 계속 파악할 방침이다.
산청군은 지리산 인근 시천면 중산리 전체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울주 산불은 양산으로 불길을 뻗쳤다.
양산시에 따르면 울주 산불은 이날 오전 두 지역 경계 지점인 양산시 용당동 대운산을 넘어 양산 관할로 진입했다.
기다리던 단비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27일 전국에 내릴 예정이지만, 산불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산불이 확산하고 있는 경북 북부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에 그치겠다.
산청, 하동 등 경남 내륙 지역에도 5~1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 |
지난 25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지연제를 살포하며 산불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울러 다음달 5일까지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맑고 건조할 것으로 예상돼 산불 대응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역대 최악의 산불에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상황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방지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역대 최악의 산불 기록을 갈아쓰고 있다”면서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산불 피해가 우려되기에, 이번 주 남은 기간은 산불 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민·이예림·조병욱 기자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