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왕실 가구를 위조해 베르사유 궁전 등을 속인 저명한 가구 전문가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연합뉴스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를 인용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18세기 가구 전문가 조르주 팔로와 목공 장인 브뤼노 데누 등의 재판이 이날 퐁투아즈 법원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기소된 이들은 모두 업계의 저명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재판이 더 주목받고 있다.
골동품상 집안 출신인 팔로는 18세기 프랑스 의자 전문가로, 업계에서 '의자의 아버지'라고 불려왔다.
데누 역시 1984년 장식 조각 부문에서 최고 장인으로 선정된 인물로 파리 가구 공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가구 복원 공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뒤바리 부인의 응접실 등을 장식한 의자의 모조품을 만들어 고가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가구 뼈대를 구입하거나, 데누가 직접 자재를 가공한 뒤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찍히거나 긁힌 자국 등을 더해 골동품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도금공이나 은퇴한 실내 장식가를 고용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진품에서 떼온 라벨이나 가짜 낙관을 붙여 정품처럼 꾸민 뒤 팔로가 중개인을 통해 유명 갤러리에 판매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들답게 위조품은 너무 정교해서 경매사나 갤러리, 베르사유 궁전, 카타르 왕자까지 속아 넘어갔다.
베르사유 궁전은 지난 2009년 고급 골동품 갤러리 크래메르를 통해 뒤바리 부인의 가짜 의자 한 쌍을 84만유로(약 10억원)에 구매했다.
지난 2011년 소더비 경매를 통해 앙투아네트 왕비의 방에 있었다는 모조품 의자를 42만유로(약 5억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카타르 국왕의 형제 역시 앙투아네트 왕비의 벨베데르 파빌리온에 있던 의자로 알고 한 쌍에 무려 200만유로(약 26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자들은 국보로 지정됐으나 결국 모조품으로 드러나 크래메르를 통해 전액 환불받았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챙긴 범죄 수익만 300만유로(약 39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팔로는 수사 과정에서 "데누가 뒤바리 부인의 정품 의자 한 쌍을 복원하던 시기 장난삼아 '똑같은 걸 만들어서 통과되는지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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