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안해…” ‘괴물 산불’에 홀로 남겨진 개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27 10:12:27

동물구호단체들, 산불 현장서 구조 활동
“목줄 묶인 채 도망가지 못 하고 죽어가”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목줄에 묶인 채 대피하지 못한 개들의 모습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5일 동물구호단체 ‘유엄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에는 의성의 한 마을에서 좁은 뜬장에 갇힌 어미 백구와 새끼들의 모습이 담겼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 유엄빠 SNS 갈무리

목줄에 묶인 어미의 피부는 군데군데 찢기고 벗겨져 있다.
불에 달궈진 뜬장 때문에 발바닥은 탔고, 그 상황에서도 모유를 먹이느라 불은 가슴에도 화상을 입었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다.
문 앞에는 이미 생명을 잃은 작은 새끼 한 마리가 잿더미 속에 누워있었다고 유엄빠는 전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 유엄빠 SNS 갈무리

유엄빠는 “불길이 다가올 때 얼마나 두려웠을지 상상만 해도 너무 가여워서 마음이 조여온다”며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강인하게 새끼들을 지켜낸 어린 엄마에게 ‘금같이 귀하게 살라’는 소망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다른 동물구호단체 ‘위액트’도 최근 산청에서 벌인 동물 구조 활동 모습을 SNS에 공개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 위액트 SNS 갈무리

공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위액트 활동가들은 집과 밭이 모두 타버린 폐허 속에서 작은 고무집에 웅크리고 있던 개를 발견했다.
목줄에 묶인 이 개는 연기를 많이 마신 탓인지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다.
위액트는 다행히 보호자를 찾았으나 ‘긴급한 상황에 목줄을 풀어줄 수 없었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액트는 ”쇠목줄에서는 그을린 숯덩이가 바스러졌다”며 “아이를 품에 안에 병원으로 급히 이송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 위액트 SNS 갈무리

산 속에서 희미한 울음소리를 내던 한 개는 사람을 보자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지만, 반가운 듯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이 개도 바닥에 묶여있던 목줄 탓에 도망을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위액트는 활동가들이 쓰러진 나무 사이로 접근해 개를 구하는 사이 전깃줄이 녹아내리며 스파크가 튀었다며 구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한 농장에서는 이미 불에 탄 동물 사체가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활동가는 “얘들아 다 나가야 돼”라며 “얘네 여긴 다 탔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 위액트 SNS 갈무리

위액트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누군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죽어가던 아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보내졌다”며 “긴급 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