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서울 경동고에서 시험 종료 종이 1분 일찍 울린 이른바 '타종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당시 서울 성북구 경동고 피해 수험생 43명이 국가를 사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수험생 1인당 100만~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능이 수험생들에게 갖는 중요성과 의미, 시험 종료 시각의 준수가 지니는 중요성, 시험 문제를 풀고 답안을 작성하는 수험생들의 개별적 전략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산정과 관련해서는 시험이 조기 종료된 시간이 비교적 짧은 점, 2024학년도 수능 난이도 등을 고려해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답을 OMR 답안지에 기재했다거나, 수능에서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거나 하는 등 구체적인 추가 손해가 발생했다고까지 인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집단 소송을 제기한 학생 중 2명에 대해서는 국가가 인당 100만원을,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인당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00만원 배상이 인정된 2명에는 "2교시 수학 영역 시험 종료 후에 제공된 추가 시험 시간 동안 이전에 마킹하지 못한 답을 OMR 답안지에 작성해 제출했다"며 "마킹을 못 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 소송을 대리한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선고 후 "법원이 교육 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인용 금액은 100만, 300만원인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며 "전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능 타종사고는 이 사건 전에도, 후에도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올해도 타종사고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3년 11월 16일 경동고에서 치러진 수능 1교시 국어 시간 때 시험 종료 벨이 1분가량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타종 방법은 수동으로 설정됐는데, 담당 감독관이 시간을 오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타종 직후 일부 학생들은 시험시간이 남았다며 항의했으나 추가 시간 부여 등의 조치 없이 시험지는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는 2교시 후 다시 국어 시험지를 배부해 1분 30초 동안 답안지에 답을 옮겨 적는 시간을 추가로 제공했다.
이에 당시 수험생 43명은 학교의 실수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