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뒤진 공중 전자전 추격 의지
조종석 등 韓 ‘피스아이’와 차이
설명 없이 사진 보도… 성능 의문
북한이 27일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처음 공개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이는 기체에 탑승,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은 이 항공기가 착륙장치를 내린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사진도 공개,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했다.
다만 북한은 사진으로만 공개를 하고 기사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전 배치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8일 보도 사진을 통해 전략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했을 때도 기사를 통한 설명은 최소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현행 생산이 가능한 것들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있는 경우에 대해선 보도량을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공개한 조기경보기는 외형상 러시아산 일류신(IL)-76 수송기 동체 위에 레이돔(radome)을 장착한 형상이다.
레이돔은 레이더와 돔의 합성어로, 항공기 외부에 부착한 레이더 안테나의 방수·방진용 덮개다.
![]() |
김정은, 관제탑서 참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이 개발 중인 공중조기경보 통제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공항 관제탑에서 지켜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7일 김 위원장이 신형 무인정찰기와 자폭무인기 등을 점검하고 성능시험을 지켜봤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의 참관 모습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IL-76에 원형 레이돔을 설치한 형태는 러시아 A-50 조기경보기에서 가장 먼저 이뤄졌고, 중국 KJ-2000 등에서도 적용됐다.
북한의 조기경보기도 원형 레이돔을 갖췄고, 원 안에 삼각형이 그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평양 순안공항에서 개조 중인 조기경보기를 찍은 상업위성사진에도 레이돔에 삼각형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세 방향을 각각 고정 감시하는 레이더가 내부에 배치됐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형태는 중국 KJ-2000과 유사한 모습이다.
고정형 레이더는 회전 시 뒷면의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 회전형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탐지거리 등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공군이 조기경보기를 본격적으로 운용한다면 북한 방공망이 강화되어 한국 공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 공군은 전투임무기 810여대를 보유해 한국 공군(410여대)보다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전투기가 노후화됐고 전자전과 조기경보 등의 분야에선 한국과의 격차가 컸다.
한국 공군은 E-737(피스아이) 조기경보기 4대와 금강·백두 정찰기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 공군은 전자전과 감시정찰 능력이 부족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조기경보기 전력화에 성공하면 공중 전투 통제에 의한 현대식 공중전을 치를 수 있다.
![]() |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이는 비행기의 내부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E-737과 P-8A 해상초계기 등은 모니터들이 기체 양옆에 부착되어 있고, 모니터를 쓰는 운용요원들은 서로를 등지고 앉는다.
넓은 기체 중앙통로를 오가는 지휘관이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고 명령을 내리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반면 북한 매체가 공개한 조기경보기 내부 사진에는 운용요원들이 앞쪽을 향해 3열로 앉아 있다.
전투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조기경보기를) 만들어보지 않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것이 엿보이는, 독특한 북한식 스타일”이라며 “그래도 없는 것과 있는 것은 (공중전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과 부품 국산화 등의 문제로 1대 제작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공개한 조기경보통제기는 내부 장치와 부품들은 러시아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상 운영 중이나 효용성 측면에서는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수찬·김병관 기자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