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산불 피해가 확산하면서 지자체들이 준비했던 축제를 줄줄이 취소·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이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경남 산청과 인접한 합천군이 오는 30일에 예정된 마라톤대회를 강행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합천군은 이날 '제2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 대회 준비 이상 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군은 "최근 산불 등으로 인해 대회 개최 여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대회를 예정대로 정상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로 옆 지자체에서 대형산불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는데, 축제 성격의 마라톤대회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남권 인근 지자체들이 준비했던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산불로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이 숨진 창녕군과 산불이 번진 하동군은 축제를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산청과 비교적 거리가 떨어진 통영시와 남해군 등도 산불 예방과 대응 준비 등을 이유로 이번 주 예정된 봄 축제를 미뤘다.
양산시도 오는 29∼30일 예정됐던 '2025 물금벚꽃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합천군청 홈페이지 '군민의 소리' 게시판에도 군의 결정을 비판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번 대회 참가 신청자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합천 벚꽃 마라톤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에서 "대회를 준비해오신 분들의 노고와 참가자 기대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선 한순간에 집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건 합천군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글쓴이도 '벚꽃마라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산불로 초상집 분위기인데 마라톤대회가 말이 되는 건가요"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다.
마라톤대회 공식 홈페이지에도 대회의 연기나 취소를 요구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합천군은 여론에 공감하면서도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대회 일부는 조정, 축소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당장 2∼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회를 취소 또는 연기하기가 어렵고, 다른 지자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여는 대회가 아닌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기에 일정 조정이 힘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산불 상황을 고려해 축포 쏘기나 치어리더 공연 등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합천벚꽃마라톤대회는 황강변을 따라 100리 벚꽃길을 달리는 대회로, 해마다 많은 참가자가 몰리며 지역 대표 봄맞이 행사로 자리 잡아 왔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1만3000여명이 참가 신청해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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