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폭격에 '협상 모드'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정조준한 대응 사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월2일 예정된 상호관세 조치의 얼개조차 파악조차 못 한 여러 국가에 비해 유럽은 비교적 구체적인 정책 내용도 파악하며 전략적 대응 태세를 갖췄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부품 25% 관세에 맞서 미국 빅테크 기업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EU는 '집행규정'을 통해 지식재산권(IP)을 정지시키거나 기업을 공공조달 계약에서 배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동안 EU는 상품 무역수지를 기준으로 한 미국의 '피해' 주장에 맞서 서비스 수지에선 미국이 흑자라는 점을 주장해왔다.
이는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 기인한다.
실제 미국은 2023년 기준 EU와의 상품무역에선 1570억유로의 적자를 봤지만 서비스무역에선 1090억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익명의 EU 외교관은 "미국은 자신들이 (무역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도 확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 "궁극적 목표는 포괄적 무역 합의를 통한 긴장 완화"라고 FT에 전했다.
EU는 대관과 정보력에서도 타국 대비 한 수 위인 것으로 풀이된다.
FT와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유럽은 미국이 27개 EU 회원국에 상호관세율 20~25%를 일괄 적용하는 것으로 내용을 사전에 파악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별 보편 관세에 가산 적용할 것이란 내용도 파악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5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의 만남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EU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표 직후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협상에 열려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끝났다"며 동맹 관계 종료를 선언한 것에 비하면 한결 신중한 태도다.
그는 "우리는 이번 발표를 미국이 구상 중인 다른 조치와 함께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2일 미국이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호관세 내용까지 보고 종합적인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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