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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안 했다고 DM 폭격…연예인·기업들, ‘기부 감옥’에 갇혔다

28일 광주 북구청 광장에서 구청 직원들과 후원단체가 산불 피해를 본 경남 산청과 하동 주민들을 돕기 위한 생수, 빵, 라면, 담요 등의 구호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영남 지역을 돕기 위한 각계각층의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기부 여부를 기준 삼아 연예인과 기업 등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선행은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사회 전체가 ‘기부 압박’ 분위기로 흐르면서 건강한 기부 문화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복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따르면, 일부 누리꾼은 유명 연예인과 유튜버, 기업 등을 거론하며 “왜 기부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거나 비난성 글을 게시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김연아는 왜 기부하지 않느냐”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축구선수 손흥민의 가족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기부 여부를 따져 묻는 사례도 발생했다.

유튜브 구독자 70만 명을 보유한 ‘찰스엔터’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부 내역을 공개하며 “원래 알릴 생각이 없었지만, ‘기부했느냐’는 질문이 계속돼 글을 올린다“고 토로했다.

기부 압박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누리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수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불 피해 지원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애플, 루이비통 등 외국계 기업들에 대해선 과거 한국에 기부한 적이 없다는 기사들이 다시 공유되며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28일 광주 북구청 광장에서 구청 직원들과 후원단체가 산불 피해를 본 경남 산청과 하동 주민들을 돕기 위한 생수, 빵, 라면, 담요 등의 구호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선한 영향력’이라는 명분 아래, 사회적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몰아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부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이 ‘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기부할 거면 차라리 공개적으로 하라고 아티스트들에게 조언한다”며 “기부 사실을 숨기고 싶어도, ‘왜 안 하느냐’는 악성 댓글과 공격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기부도 일종의 자기방어 수단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부의 자율성과 익명성이 점점 위축되면서, 연예인과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기부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돕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비난을 피하고자 기부에 나서는 ‘방어적 기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명예교수는 “타인을 지적하거나 비난함으로써 우월감이나 정의감을 느끼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심리가 기부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터넷에 생각 없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며, 공개 여부 또한 스스로 결정할 몫이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기부하지 않으면 박제된다’는 공포감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의 선행은 응원받아야 하지만, 누군가의 침묵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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