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 안 나오고 샤워장 없는 쪽방촌에 절실
주차공간과 물·전기 공급 협조 문제로 서비스 확대는 어려워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는 아침부터 트럭 한 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동목욕차’다.
1인당 30분씩 트럭 안에 마련된 목욕 시설을 혼자서 이용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샤워차’가 아닌 ‘목욕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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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서 운영 중인 찾아가는 이동목욕차 내부 모습이다. 넓은 목욕 공간을 1명당 30분씩 이용할 수 있다. |
이용자들은 씻고 싶어도 씻을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입 모아 말했다.
센터 측은 영등포 쪽방촌 인근뿐만 아니라 거리 노숙인 밀집지역 등 이동목욕차가 필요한 곳에도 나가고 싶지만 장소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찾아가는 이동목욕 서비스는 쪽방촌 일대에 샤워기 등 시설이 설치된 특수차량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리 노숙인과 주거취약계층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목욕하러 온 이들을 상담해 서회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는 목적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명가량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엔 이용객이 늘어난다.
동파 우려로 12월과 1월을 제외하고 상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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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서 운영 중인 이동목욕차 내부 모습이다. 칫솔과 치약, 면도기 등 세면용품뿐만 아니라, 양말과 같은 속옷도 제공된다. |
몸만 오면 되는 것이다.
구로구 쪽방촌에 사는 김준기(72)씨는 일부러 전철을 타고 온다고 했다.
김씨는 “세면도구와 속옷을 주는 등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며 “살고 있는 집에도 화장실이 있지만 50∼60년 된 집이라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에 사는 이광휴(85)씨는 “일주일에 두어번 이용하는데 30분 정도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씻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낡고 협소한 쪽방의 경우 여러 세대가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이동목욕차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2022년 서울시 쪽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쪽방 건물 중 27.6%만이 샤워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10곳 중 7곳가량에 샤워시설이 없는 것이다.
또 보일러를 미가동하는 곳이 약 45%로 추정됐는데, 샤워장 문제는 주민들이 꼽은 주거 중 가장 불편한 점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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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 찾아가는 이동목욕차가 운영 중인 모습이다. |
박강수 보현종합지원센터 팀장은 “거리 노숙인이 많은 장소 한두군데 더 나가고 싶지만 노숙인을 꺼리는 인식 탓에 시민 민원이 제기될 수도 있어 협조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거리 노숙인도 이러한 서비스만 있다면 잘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숙인은 잘 씻지 않고 불결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도 서비스 정보를 알고 편의성만 있으면 잘 이용한다”며 “목욕차 이용자 약 10% 정도가 쉼터와 같은 시설이나 병원으로 연결되는 만큼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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