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의 천연가스 재고가 예년에 비해 빠르게 소모되면서 유럽연합(EU) 각국이 천연가스 비축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정부가 구매에 개입할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치솟아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전체 재고 중 약 3분의 2가 소진된 천연가스를 채워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정부가 천연가스 시장에 개입한다면 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유통업체 등 천연가스 시장 참여자들은 보통 4월을 시작으로 천연가스 비축을 시작한다.
다만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평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석유 상사 비톨그룹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처럼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도 비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단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시장 내에서 누가 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에서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계약에 가스 시장 운영기관이 보조금을 주겠다는 제안이 나오면서 시장 참여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 1월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제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천연가스 가격을 급등시켰다.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비축하지 않으면 평년 대비 더 추운 겨울 또는 전쟁 지속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지난해 대비 올해 최대 5배의 천연가스가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러시아에서 오는 대부분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긴 후 지난 1월에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남은 공급마저 멈춘 상황이다.
아울러 전쟁 후 처음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천연가스 재고가 평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EU 집행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역내 각국은 매년 11월1일까지 천연가스 저장 시설의 90% 이상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최근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천연가스 가격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 에너지기업 악스포의 마르코 잘프랑크 유럽 부문 책임자는 "핵심은 EU 집행위 규정이 변경될지 여부"라며 "만약 규정 변경이 연중 중반에나 발표된다면 천연가스를 비축할 시간은 몇 달밖에 남지 않게 되고, 이는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파트리시오 알바레즈 수석연구원도 "EU 집행위가 천연가스 비축 규정을 더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도 역내 회원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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