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발표할 예정인 상호 관세와 관련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관세율을 바탕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표적 관세 부과 방식이 아닌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쪽으로 기운 데 대해 감세 정책 탓에 정부 재정 적자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 발표 때 얼마나 많은 국가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개에서 15개 나라를 먼저 때리는 것을 계획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10개에서 15개 나라에 대한 루머를 들은 적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든 국가를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내부 논의의 핵심은 무역 상대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개별적으로 부과할지,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보편 관세를 적용할지 여부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2일 발표할 상호 관세의 방식을 두고 막판 논의를 벌이고 있다"면서 "관세 부과 방식이 보편 관세로 기울었으며 관세율은 기존 논의보다 높은 20%로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쪽으로 기운 배경에 대해 "감세 정책으로 인해 정부 재정 적자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 사례로 아시아를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여러분이 역사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본다면, 아시아로 가서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무역은 물론 군사적으로 미국에 어떻게 했는지를 본다면, 나는 누구도 우리를 공정하거나 좋게 대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대한 것보다 관대하게 그들을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 재고 여지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컴퓨터, 반도체, 제약 등을 언급하며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 그들은 매우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앞두고 대미투자와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수년간 그 용어를 들어본 적 없다"라면서 "미국은 어느 때보다 성공하고 호황을 누를 것이며 이것은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은 전했다.
또 법적 매각 시한(다음 달 5일)이 임박한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과 관련해선, 그는 "잠재적 구매자가 많으며 틱톡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라면서 "나는 틱톡이 계속 남아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도 그 문제에 대해 협의(dealing with)하고 있다"라면서 "그들은 아마 그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국이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측에 매각하도록 협조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헌법상 금지된 3선 도전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것과 관련해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제발 또 나가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기에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3선 도전 발언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권유에 의한 것이라고 발언함으로써 이에 대한 확대 해석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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