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 설계 건물 거의 없어… 대비 부족
양산 단층, 미얀마 사가잉 단층과 유사
규모 7.7 강진이 28일(현지시간) 발생한 미얀마는 여러 개의 지각판이 맞닿은 곳에 있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순다판, 버마판 등 무려 4개 지각판이 미얀마를 지하에서 압박하고 있다.
또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만달레이 지역은 이 지각판들의 경계에 있는 ‘사가잉 단층’ 위에 놓여 있다.
미얀마 쪽 지진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한국에도 사가잉 단층과 유사한 양산 단층이 경주?포항 지진을 유발했던 전례가 있어 지진 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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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구조대원들이 30일(현지시간) 지진 참사 현상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8명, 부상자 3408명 발생했다.
앞으로 희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만달레이 시내는 부패한 시신 냄새가 가득했다”며 “사람들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는데, 주로 중장비 없이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호 종사자의 말을 인용하며 “만달레이의 아마라푸라 지역에서는 공기 중에 이미 썩은 시신 냄새가 퍼졌다”고 보도했다.
31일 만달레이의 기온은 최저 26도, 최고 41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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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한 승려가 지진으로 무너진 탑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
이어 “우리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면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며 “사람들이 ‘도와줘요, 도와줘요’ 하고 울부짖는다.
정말 희망이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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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동부 콘카엔주의 와사나 프롬마씨가 30일(현지시간) 방콕의 건물 붕괴 현장에서 실종된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소문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정부를 장악한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진 발생 이후에도 반군을 대상으로 3차례 공습을 감행했다고 민간 지원단체 ‘자유 버마 레인저스’ 설립자 데이브 유뱅크는 이날 전했다.
반군 통치 지역에 군정이 외부의 지원 물품을 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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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얀마를 강타한 지진으로 무너진 만달레이 아바 다리의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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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마하 무니 파고다. EPA연합뉴스 |
미얀마 지진은 진원 깊이가 약 10km로 매우 얕고, 내진 설계를 통해 지어진 건물이 거의 없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얀마는 2020년에서야 국가 건축기준을 제정해 내진 설계 규정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완 왓킨슨 런던 로열홀러웨이 대학 교수는 “미얀마는 극심한 빈곤과 정치적 격변으로 지진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 출범 이후 미얀마는 4년 간 내전을 벌여왔다.
군정은 현재 영토의 4분의 1, 반정부 세력이 영토의 42% 가량을 지배하고 있다.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자연재해 속에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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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네피토 지역에서 지진으로 손상된 도로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930년에서 1956년 사이 사가잉 단층 인근에서는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6차례 발생했다.
◆경남 양산 단층대, 미얀마와 유사
한국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가잉 단층과 양산 단층의 공통점은 ‘주향 이동’을 한다는 점이다.
주향이동은 쉽게 말해 땅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좌우로 미끄러지는 형태로 지진 피해를 크게 만들 수 있는 지질 구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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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지진 발생 당시 태국 방콕의 한 건설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는 순간 현지인이 이를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 AFP연합뉴스 |
이는 한반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긴 단층으로, 활성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보고 있다.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의 진앙지 근처에 있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 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인도판이 동쪽으로 유라시아 판을 밀고, 태평양 판이 서쪽으로 미는 힘 가운데 있다”며 “또 미얀마 사가잉 단층과 유사한 양산 단층이 주향이동으로 미끄러지면서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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