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8시께 찾은 서울 은평경찰서 산하 대조파출소 인근은 고요했다.
선배들과 함께 지역을 순찰하던 서원범 순경(29)은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유심히 골목과 도로를 지켜봤다.
서 순경은 "선배들을 따라 순찰을 다니다 보니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됐다"며 "선배들이 현장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절차와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을 알려주시는데, 숙지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순경은 6개월 과정의 중앙경찰학교 교육에서 2300명 가운데 종합성적 전체 4위를 기록한 엘리트 경찰이다.
당초 중앙경찰학교 교육을 열심히만 하려던 서 순경은 사격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후 욕심이 생겼다.
중앙경찰학교 성적은 필기시험, 체력, 사격, 동료평가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서 내는데, 성적을 잘 받을수록 원하는 지역에 배치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서 순경은 시험 성적뿐만 아니라 부학급장까지 맡으면서 결국 경찰청장 표창을 받고 원했던 대조파출소에 배치받았다.
물론 서 순경 역시 파출소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다.
술에 취한 시민이 차도로 뛰어드는 것을 비롯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다.
서 순경은 실습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일화로는 길을 잃은 할머니 한 분을 집에 모셔다드렸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과 가족의 이름만 기억할 뿐 주소나 전화번호 등 다른 정보는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고, 지문 검사를 해도 과거 주소지만 나와 막막한 상황이었다.
서 순경은 "선배 경찰들과 할머니 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도 가보고, 주민센터까지 일일이 방문해 가까스로 할머니의 주소지를 찾아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드려 뿌듯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조파출소가 관할하는 지역에는 나이가 많고 치매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서 순경은 그런 지역 특성을 모두 숙지하고, 능숙하게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매뉴얼대로 일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선배들은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자마자 그분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다 기억하고 빠르게 찾아내 집까지 모셔다드린다"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무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경찰의 보호가 필요한 분들에 대해서 순찰팀원으로서 관심도 갖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 순경이 경찰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도와줬던 경찰관 덕분이다.
어린 서 순경이 자전거를 도난당했을 때 믿고 의지했던 사람은 경찰관이 유일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별것 아닌 이유일 수 있지만, 경찰관이 자전거를 찾아주겠다고 말했을 때 정말 멋있어 보였다"면서 "저도 이런 경찰관이 돼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순경은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공군 학사 장교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할 때도 경찰관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전역하고 경찰 시험을 볼 계획이었다"며 "조금이라도 경찰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공군에서도 군사경찰 특기에 지원해 복무했다"고 덧붙였다.
서 순경은 어린 시절 자신을 도와줬던 그 경찰관처럼 수사관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래 수사과로 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서 순경은 중앙경찰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쳐 예비수사 경과자가 될 수 있었다.
서 순경은 수사과 업무 중에서도 지능범죄와 교통범죄에 관심이 많다.
그는 "원래도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하고, 취미도 세차"라면서 "경찰 시험을 준비할 때도 교통법규를 공부할 때가 가장 재밌었다"고 말했다.

서 순경에게는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것처럼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가까운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굣길 지원 업무에 투입됐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다.
그는 "신고를 받아 현장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도 보람찬 일이었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그때가 가장 보람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서 순경은 경찰관으로서 '차분함'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감정 기복이 적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현장에서는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차분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니 강점을 살려서 경찰 생활을 잘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서 순경은 다음 달이면 중앙경찰학교로 복귀해 11일에 졸업식을 한다.
이후 다시 대조파출소에서 실습 과정을 마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서 순경은 "도전하고 싶은 건 많지만, 최종적으로는 첫 발령지인 은평경찰서의 서장까지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