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물밑접촉 이미 진행 시사
우크라전 종전 후 만날지 주목
美, 北에 철군 요구했을 가능성
분위기 조성 ‘립서비스’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며 “나는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한과 접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향후 북·미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사일 뿐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그동안의 언급들과 큰 틀에선 일맥상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더 나아가 북·미 간 물밑접촉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여지를 남겨 그 배경과 진의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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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북한과 과거에 소통했던 사실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전략, 대북 전략을 짤 핵심 인물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이 아직 의회 인준이 안 된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나름대로 우선순위에 두고 있고 이후에는 관심을 집중할 것이라는 예비 메시지의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과의 대화에 심각하고 진지하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미국은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급하기 때문에 북한 파병군의 철군을 요구하기 위해 소통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 대중국 정책을 우선 정리한 후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여지가 있는데 그 기간 동안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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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채널 외에도 미국통인 조철수 대사가 있는 주스위스 북한 대사관 등 유럽 채널과 러시아를 통하는 방안도 가용한 북·미 대화 창구로 꼽힌다.
앞서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핵 동결·군축과 같은 ‘스몰 딜’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스몰 딜 위주의 협상을 하겠다는 의사를 시사한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을 움직이고 북한과의 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과시하려는 의도도 깔렸다”고 분석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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