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근간(전 지구적 장기 목표)으로, 모든 국가가 2020년부터 기후 행동에 참여해 5년 주기로 이행점검을 실시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현 기후정책이 되레 세계 농경지 면적을 축소시켜, 식량 위기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는다.

KAIST는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전해원 교수와 베이징 사범대 페이차오 가오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이 전 세계 농경지와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공동연구팀은 5㎢ 단위로 전 세계 토지 변화를 예측,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이 결과 1.5도 시나리오에서 농경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던 기존 연구내용과 달리, 파리협정을 토대로 진행되는 현재의 기후정책으로 전 세계 농경지 중 12.8%가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기후정책이 분야별로 미치는 영향과 토지 이용 강도를 함께 고려했을 때 나온 분석 결과다.
특히 남미는 농경지 24%가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전체 농경지 감소의 81%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것으로 공동연구팀은 내다봤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요 식량 수출국의 수출 능력이 12.6% 줄어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식량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동연구팀은 식량 생산 대국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농산물 수출 능력이 각 10%·25%·4%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번 연구는 KAIST와 중국 베이징사범대, 북경대,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앞서 이들 연구팀은 2021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첫 연구에서 “현재 감축안으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유지할 확률이 11%에 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경우에도 2도 이상 기온이 오를 확률을 예측했다.
이어 2022년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두 번째 연구에서 연구팀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2030년까지 각국의 단기 감축목표 상향 ▲2030년 이후 탈탄소화 속도를 기존 연평균 2%에서 최대 8%까지 상향 ▲각국의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최대 10년까지 단축 등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연구팀은 2030년 이후의 목표 상향을 미루면 1.5도 달성이 가능하더라도 수십 년간 지구 온도가 큰 폭으로 오르는 ‘오버슈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해원 교수는 “전 세계적 탈탄소화 전략을 세울 때는 여러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보다 큰 맥락을 보지 못한다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개발도상국은 기후정책으로 농경지가 줄어들고 수입 의존도는 높아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탄소중립을 이루면서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AIST 전해원 교수와 베이징 사범대 송창칭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논문)는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 4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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