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한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이 미국 비자 취소 처분을 받았다.
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수도 산호세에 있는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제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불행히도 독재 정권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차피 미국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제게 아무런 영향은 없다"며 "취소 이유까지는 알지 못하며, 코스타리카 정부가 개입한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의 최근 언급이 비자 취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앞서 코스타리카에서 1986∼1990년과 2006∼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집권한 그는 지난달 4일 로드리고 차베스 현 정부의 대미 외교 전략을 "복종적"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작은 규모의 국가가 미국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미국 대통령이 로마 황제처럼 상대방에 명령조로 지시하는 경우엔 더 그렇다"며 "제가 국정을 운영할 당시 코스타리카는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바나나 공화국은 1차 산업에만 의존하는 국가를 일컫는 표현이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적을 찾는 국가로서, 오늘날 그 적은 중국"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빌미로 군사비 증액을 정당화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1980년대 내전으로 혼란한 중미 문제 해법으로 '군사력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국 등 열강의 움직임에 반대하며 역내 평화 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평화재단을 설립해 군비 감축 운동 등을 펼쳤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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