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주민들, “감사해요” 크게 반겨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독을 들이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프레데릭센의 이번 행보는 최근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그린란드를 찾아 덴마크·그린란드 관계를 이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북극해와 대서양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1814년 이후 300년 넘게 덴마크의 지배를 받고 있다.
다만 1979년 자치령으로 전환된 뒤 자치정부의 권한이 꾸준히 확대돼 현재는 외교·국방 이외 분야는 덴마크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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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덴마크 해군 함정 선상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들은 “미국은 다른 나라를 합병할 수 없다”라는 말로 그린란드가 미국 소유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특히 프레데릭센은 “미국이 그린란드에 가하는 압력에 맞서 주권과 국토를 지키려면 우리(덴마크와 그린란드)는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 행정부 2인자인 밴스가 부인 우샤 밴스 여사와 함께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밴스는 섬 북쪽 외딴 곳에 자리한 미군의 피투피크 우주 기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이에 이간질을 시도했다.
덴마크 정부를 겨냥해 “그동안 그린란드 주민을 위해 뭘 해준 게 있느냐”고 맹비난을 퍼부은 데 이어 그린란드 자치정부를 향해선 “민족 자결권을 행사해 덴마크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날 프레데릭센은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듯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전·현직 수반인 에게데, 닐센과 나란히 덴마크 해군 경비정을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 곳곳을 누볐다.
그린란드 주민 상당수는 갑작스러운 덴마크 총리 프레데릭센의 출현을 열렬히 반기며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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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운데)가 옌스-프레데릭 닐센 현 그린란드 총리(왼쪽), 무테 에게데 전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의회를 구성하는 6개의 주요 정당 가운데 5개가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의 독립을 지지하지만 속도와 방식을 놓고선 이견을 보인다.
현 총리 닐센이 이끄는 연립정부는 지난 3월 출범했는데, 점진적인 독립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분리를 원하는 그린란드 주민 거의 대부분도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에는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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