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4일 파면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22분께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었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이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직위를 잃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만,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의 쟁점인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국회 활동 방해 ▲포고령 발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 다섯 가지를 하나하나 짚으며 모두 탄핵 사유로 판단했다.
먼저 헌재는 작년 12월 3일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요건을 어겨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또 이른바 '줄 탄핵', 야당의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재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경고성·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계엄의 배경으로 언급된 '부정선거론'도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계엄 선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또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인정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포고령과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각각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등을 위반한 것",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주요 정치인·법조인 등의 위치를 확인하려 시도했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됐다.
헌재는 "국방부 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하여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진술도 모두 사실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들에 대한 신빙성을 공격했던 바 있다.
헌재는 이른바 '내란죄 철회' 논란에 대해서는 "탄핵소추 사유의 변경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의 탄핵소추가 절차적으로 적법하다"고 봤다.

헌재는 쟁점을 모두 짚은 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했다.
일부 재판관들은 결론에는 동의하면서 세부 쟁점에 대해 보충 의견을 남겼다.
먼저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소추안의 의결이 일사부재의 원칙과 관련해 "다른 회기에도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증거법칙과 관련해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본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수 의견과 견해를 달리 하는 반대의견은 아예 없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접수한 뒤, 지난 2월 25일 11차 변론을 거쳐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한 달이 넘는 장고 끝에 이날 선고를 마쳤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