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그동안 여성 군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을 요구했던 미군 체력검정을 강화하고 남녀 군인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으로 미군 내에서 10년 이상 제기돼왔던 체력검정 성별 격차 논란이 다시 번지고 있다.
해당 조치로 성별 격차 문제를 제기해왔던 남성 군인들의 불만은 다소 가라앉더라도 이미 전투병과에 소속된 여군 수천 명 중 상당수가 체력검정에 탈락할 것으로 예상돼 전력 누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투병과에 소속된 미군의 체력기준을 성별과 무관하게 동일 적용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그동안 남녀 체력 차이를 감안해 다른 기준을 적용했던 미 육군의 전투체력검정(AFCT) 시험에서 남녀 군인 모두 검정 기준을 동일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 때 전투병과를 남녀 모두에게 개방했으나 남녀에 대한 다른 체력기준을 유지해왔다.
오늘 이것을 바로잡는다"며 "남녀 모두 똑같이 높은 체력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모든 전투병과는 성별과 무관한 기준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매체인 밀리터리닷컴은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은 전투병과 소속 군인들의 일반적인 체력검정 기준을 높이는 것과 함께 질병 등 건강, 체성분, 복장 규정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포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해당 조건들이 전투병과 병사들의 체력검정에 모두 포함될 경우 여성 군인들의 감점 요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전투병과에서 여성들의 복무를 금지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유명 팟캐스트인 션라이언쇼에 출연해 "남성과 여성이 함께 복무하면 상황이 복잡해지며 전투에서 복잡성은 사상자가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성은 생명을 주는 존재이지 생명을 앗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보병대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조치로 미군 내 체력검정 남녀격차 논란은 다시금 불거지게 됐다.
이 논란은 미군에서 체력검정 체계를 현행 AFCT로 변경한 2018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사상자 증가에 따라 전투병과 소속 군인들의 체력검정 기준을 상향시킬 목적으로 AFCT 체계를 도입했는데 시행 초기에는 남녀 체력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하지만 체력검정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여성 군인들의 체력검정 불합격 비율이 크게 올라갔다.
남성 군인은 전체 10%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여성 군인들은 65%가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미군 체력검정은 고과, 승진은 물론 계약직 군인들의 경우 계약연장 심사 등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여성 군인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반발했다.
이에따라 미 국방부에서는 2021년부터 다시 남녀 체력기준을 분리해 적용했다.
일각에서는 체력검정 기준을 다시 남녀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전투병과에 소속된 여성 군인들이 대거 제대하면서 전력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군 내 보병과 포병 등 전투병과에 소속된 여성 군인은 4800여명에 이른다.
전체 미군 중 여성 비중은 17.5%에 달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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