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파면 이틀째 광화문서 비상행동도, 대국본도 집회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 vs '국민저항권 국민대회'…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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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이튿날인 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사회대개혁 집회 및 승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4.05. /뉴시스 |
[더팩트ㅣ이윤경·송호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틀째인 5일 주말에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승리 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민주주의의 봄이 왔다"며 축제를 즐겼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민저항권’을 외치며 반발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 18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경찰 비공식 추산 1만5000여명이 모였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내란세력 청산하자'는 팻말을 들었다. 일부는 고깔을 쓰거나 왕관, 해바라기, 연꽃 등으로 머리 장식을 했다. "고생하셨습니다"를 외치며 꽃다발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시민은 노랫소리에 맞춰 하모니카나 호루라기를 불고, 꽹과리와 소고 등 전통 악기로 호응했다.
전통 한복을 입거나 배트맨 복장, 스파이더맨 비니를 쓴 이들도, 광선검을 휘두르는 이들도 등장하며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보라색 리본과 초코파이를 나눠주고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노란색 리본이 그려진 떡을 건넸다. 노동자연대에서는 '윤석열 파면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신문을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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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 18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송호영 기자 |
무대에서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문형배 헌법재판소(헌재)장 권한대행의 목소리에 눈물을 터트렸다. 눈물을 닦으면서도 힘이 났다"며 "앞으로 나갈 첫발을 내디뎠으니 어느 정당 해체도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파면이 민주주의고 정의다"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새길 것"이라고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무대에 올라와 "윤석열은 파국 속으로. 내란 정당 국민의힘은 역사 속으로"라고 외쳤다. 이에 일부 시민은 "윤석열은 무기징역, 사형이다"라고 답했다. 정 의원 외에도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최기상 민주당 의원 등 국회 탄핵소추단이 집회에 참석했다.
비상행동은 "내란의 겨울이 끝나고 민주주의의 봄이 왔다"며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광장의 시민들은 ‘권력의 주인’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정치를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하여 서로에게 묻고, 연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행동 집회에 앞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도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대국본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국본은 당초 3만명 규모로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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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은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송호영 기자 |
집회가 열린 광화문역 2번 출구부터 대한문 앞까지 약 800m 구간 곳곳에는 빈 자리도 보였다. 도로 위 놓여진 의자도 10개 중 2~3개 꼴로 비어 있었다. 빈 자리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우천으로 도중에 자리를 정리하고 떠나는 지지자도 있었다. 대국본 관계자는 "이렇게 가시면 안 된다"고 말리기도 했다.
남아있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손에는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흔들었다. '스톱더스틸(Stop The Steal)'이 적힌 빨간 모자를 쓰거나 스티커 등을 몸에 붙인 이들도 있었다. 국민저항권 발동', '잡범 이재명 체포하라', '반국가세력 척결한다' 등 팻말도 곳곳에 붙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이라는 한 남성은 "당신의 명예를 꼭 다시 회복시키겠다"고 외쳤다. 다른 지지자도 "국민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 찾아오자. 싸우자"고 소리를 질렀다. 30대 남성도 "이번 탄핵은 헌법을 위반한 불법이다. 이 상황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며 "대한민국의 앞날이 사실 많이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또 다른 단체 세이브코리아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2만여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지만 취소했다. 대국본은 6일 광화문에서 전국주일연합예배를 개최하고 국민저항권 운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광화문 일대 집회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부터 시청교차로까지 일부 도로의 통행이 통제됐다. 왕복 8차선 도로 중 2개 차로만 통행이 가능하면서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거북이걸음을 했다. 안국동 사거리부터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율곡로도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서십자각터 부근의 효자로 일대도 정체가 극심했다.
인근 호텔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차량은 경찰의 안내를 받아 겨우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가 아닌 지하철역을 이용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