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한 10대 청소년 12만40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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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울증. 게티이미지뱅크 |
10대 청소년의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에 중독돼 심리적·신체적 문제를 겪는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NS에 글을 자주 게시하는 청소년은 우울·불안이나 불면증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디지털 정보격차, 웹 접근성,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3.1%)에 비해 0.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스마트폰을 일상에서 과도하게 이용하고(현저성) △스스로 이용을 조절할 수 없으며(조절 실패)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는(문제적 결과) 상태를 의미한다.
성인(20~59세)과 60대의 과의존 위험군은 각각 22.4%, 11.9%로 전년대비 각각 0.3% 포인트, 1.6% 포인트 줄었지만, 10대 청소년의 경우 전년 대비 2.5% 늘어 비중이 42.6%에 달했다.
3~9세 유아동의 경우도 0.9% 포인트 늘어난 25.9%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SNS가 자기조절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우울감을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USF) 연구진이 발표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과 그에 따른 행복도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을 소유한 아이들이 소유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행복감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SNS였다.
소셜미디어에 자주 게시하는 행위는 여러 해로운 결과와 연관이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자주 게시하는 아동은 우울·불안 증상이나 수면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NS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악플 등 공격을 받아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또래들이 자랑하는 내용을 올린 것 보고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직접 얼굴을 마주보는 대인관계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성, 공감능력 등이 떨어질 수 있어 우울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장은 “SNS 사용 등 스트레스 요인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을 항진 시키고, 외부자극을 인식, 평가, 조절하는 뇌의 기능과 구조에도 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는 정서 조절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정신 및 행동장애 진료현황’을 보면, 10대 청소년의 우울증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8만3520명에 달한다.
불안장애 4만990명을 합하면 12만명을 훌쩍 넘긴다.
아동청소년기 우울증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장애를 경험하는 위험도가 2.78배 증가되고, 성인기 불안장애가 발생하는 위험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만큼 조기 치료와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이준희 교수는 “청소년 뿐 아니라 부모님 포함 가족이 다 같이 스마트폰에서 떨어질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을 조성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식사시간이나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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