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을 받은 30대 여성이 수술받은 지 2년 만에 딸을 출산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더타임스 등 외신은 42세 언니의 자궁을 기증받은 36세 여성 그레이스 데이비슨이 지난 2월 27일 영국 런던의 퀸 샬럿 앤 첼시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2.04㎏의 건강한 딸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데이비슨은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이 있어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이다.
대략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이 증후군은 난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호르몬 문제 또한 없어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다만, 이식한 자궁은 5년 동안 두 번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며 이후에는 제거해야 한다.
데이비슨은 불임 여성을 지원하는 자선 단체 '영국 자궁 이식(Womb Transplant UK)'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23년 2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이미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언니 에이미의 자궁을 이식받았다.
이후 그는 체외수정을 통해 배아를 이식해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비슨은 "딸을 본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고, 설명하기 힘든 기쁨을 느꼈다"면서 "우리가 바랐던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데이비슨 부부는 의료진과 상담한 후 두 번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스에게 자궁을 이식한 수술팀은 그레이스 이후 세 차례의 자궁 이식 수술을 추가로 시행했다.
이들은 임상시험의 일환으로 총 15건의 자궁 이식을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 보건 당국으로부터 살아있는 기증자와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받은 자궁 각각 5개와 10개를 이식하는 수술 허가를 받은 상태다.
영국 의료계에서는 데이비슨의 출산을 두고 "자궁 문제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1만5000명의 영국 여성에게 희망을 안겨준 의학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향후 영국에서 연간 최대 20~30건의 자궁 이식 수술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궁 이식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2014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남자 아기다.
이후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튀르키예 등 12개국에서 135건의 자궁 이식이 이뤄졌고 현재까지 총 6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호주에서는 엄마의 자궁을 이식받아 아들을 낳은 호주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 삼성서울병원이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을 시행했고 이식받은 여성은 현재 임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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