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04일간 미뤄왔던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법재판소는 6개월 만에 '9인 완전체'가 됐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뒤늦은 마 재판관 임명과 함께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명하면서 헌법학계와 야당에서는 '월권을 넘어선 위헌'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대행은 지난 8일 마 재판관 임명과 함께 오는 18일 임기를 마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대로 확정될 시엔 중도·보수 재판관 7인, 진보 재판관 2인의 구도가 된다.
헌법에 따른 재판관 정원은 9인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3인씩 지명·선출한다.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마 재판관의 경우 '국회 몫'의 선출로 형식적·소극적인 권한 행사지만, '대통령 몫'의 재판관 지명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직접적·적극적인 권한 행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2017년 박한철 헌재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했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권한대행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달간의 대행이 6년 임기의 재판관을 임명한 일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월권을 넘어선 위헌을 밥 먹듯 하는 것"이라며 "헌재에서 지난달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서도 권한대행은 대통령 지위를 물려받는 게 아니고, 직무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적인 한도 내에서의 권한이 주어지는데, 헌법재판관 지명은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현상 변경적인 적극적인 권한"이라며 "대통령과 달리 한 대행은 직접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몫의 재판관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한 대행이 철회하지 않는 경우 지명권 행사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인사청문회법은 국회가 기한 내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송부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헌법소송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재판부 구성의 불법성을 주장하면서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은 가능할 것으로 헌법학계에서는 본다.
이 경우 재판부 구성 자체가 불법이 되고, 한 총리가 임명한 재판관들이 관여한 재판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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