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감형 사유로 교제폭력으로 겪은 고통 등을 일부 참작했지만, 여성단체는 정당방위 적용과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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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새벽 전북 군산시 한 주택에서 남자친구 B(30대)씨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5년여 동안 교제해왔고, A씨는 이 기간 반복적인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에도 A씨는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수차례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심 법원은 “피고인이 남성이 잠든 사실을 알고도 불을 질러 숨지게 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하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화뒤 현장을 빠져나왔고 연기 흡입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심신미약과 정당방위 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장기간 교제폭력에 시달려 왔고, 범행 당시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불안정한 심리 상태였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B씨는 과거에도 A씨에 대한 폭행과 특수상해죄로 1년간 징역에 처해졌으며, 출소 뒤에도 그녀를 흉기로 위협하거나 몸을 담뱃불로 지져 큰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전국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교제폭력 피해자를 또다시 가해자로 단죄한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교제폭력 생존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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