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발표 이틀 뒤 보복 단행
1기 땐 대응 수주 뒤에 나와 대조
관영매체 동원 국제 여론전 나서
中, 習 장기집권 구조 전략 일관성
美, 선거·여론 따라 흔들릴 가능성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공세에 중국이 1기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4%의 누적 관세를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보복관세를 단행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에 착수했다.
트럼프 1기 당시엔 대응이 수주 뒤에 나왔지만 이번에는 발표 직후 조치가 이뤄지면서 관세 전쟁은 초반부터 격한 정면충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관 부처는 물론 관영매체와 대기업까지 총동원된 중국의 ‘전면전 체제’는 트럼프 1기 때의 무역전쟁보다 더욱 조직적이고 신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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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 연합뉴스 |
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 상호관세가 발효되면서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총 관세는 104%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펜타닐 유입 차단 미협조 명분의 ‘10+10%’ 관세에 이어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물러서지 않고 보복관세로 답하자 50%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경고했고, 결국 현실이 됐다.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지난 2일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 이틀 후인 4일 34%의 보복관세를 동일하게 미국산 전 제품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8일에는 해당 조치가 WTO 규범에 어긋난다며 정식으로 분쟁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은 경제·무역 이외의 수단도 동원 중이다.
전략물자인 희토류의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미국 반도체·배터리 산업을 겨냥했고, 관영매체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대응의 불합리성을 집중 부각하는 국제 여론전도 병행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 SNS 뉴탄친은 미국의 50% 추가관세 예고에 대해 중국 정부가 검토 중인 6대 대응 조치를 보도했다.
△미국산 대두와 수수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미국산 가금육 수입 금지 △중국 내 미국 기업 대상 지식재산권 조사 착수 △미국 영화 수입 제한 또는 금지 △서비스무역 제한 조치 △펜타닐 협력 중단 등이 골자다.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일제히 담화를 내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중국은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는 신호도 내비쳤다.
중국중앙(CC)TV 운영 매체는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지만, 미국이 먼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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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의 충격을 단기적으로 견디는 힘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구조가 단기적 혼란 속에서도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국가 주도 시스템의 탄력성도 거론된다.
중국은 기업·언론도 당의 통제하에 있어 정부 방침에 따라 일사불란한 정책 조율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선거와 여론에 따라 관세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중간선거가 다가오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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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금융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가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직원들이 옵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시카고=AP연합뉴스 |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 가격은 두 배 이상 뛸 수 있고, 중소 셀러나 유통업자들의 타격은 더 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조치에 대응해 무역상대국이 보복조치에 나선다면 아시아 각국의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호관세가 없을 경우와 비교할 때 0.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9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동맹국조차 대상으로 하는 (미국 정부의) 고관세 정책은 미·중 대립의 최전선에 있는 아시아에서 ‘탈미국’을 조장할 수 있다”며 “‘트럼프 관세’의 혼란으로부터 가장 많은 과실을 얻는 건 중국이 될 것”이라는 중국 싱크탱크의 전망도 소개했다.
이처럼 중국은 정치·제도·경제적 구조 전반에서 이번 무역전쟁을 ‘버틸 수 있는 게임’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과 승리를 거두는 것은 별개다.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 역시 맷집을 시험받는 상황에서 치킨게임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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