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법조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대행이 '월권' 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자, 민주당이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지명권을 제한하면서 소급 적용까지 하는 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을 두고서다.

'대행은 소극적 권한 행사' 헌법해석과 관행 무시한 한 대행
한 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위헌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규정은 없으나, "권한대행은 현상을 적극적으로 변경하는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되고 소극적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권한 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학계 다수의 해석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앞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대행이 '대법원장 지명' 케이스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한 대행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방승주 한양대 법전원 교수는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범법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도 한 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 문제를 다룬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권한대행은 대통령 기준이 아닌 원래 직위(총리) 기준으로 탄핵 의결 정족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행이 행사하는 것을 삼가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위헌 소지 큰 법 개정으로 맞선 민주당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에 대해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통과로 맞불을 놨다.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지명하지 못하게 하고, 법 효력을 소급적용하게 했다.
또 국회와 대법원장 몫 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7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 임명 시까지 계속 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과 헌재재판관 임명을 규정한 헌법에 배치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 권한을 법률로써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상위법인) 헌법 권한을 (하위법인) 법률로서 축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법은 일반성을 가져야 하는 건데, 특정 사안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정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국회 다수당이) 법을 만들어 '이래라저래라'하는데, 삼권분립의 기본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도 "소급입법과 헌법이 규정한 재판관의 임기를 임의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했다.
반면 한 대행의 '위헌적' 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어서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헌환 아주대 교수는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는 지금까지 해석론에 의존해왔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가능한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럴 때 국가기관의 권한에 대해 규정하는 게 조직 법률이기 때문에 위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줄 잇는 헌법소원·가처분
한 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헌법소원과 고발 등이 빗발치고 있다.
민변 등은 이를 막아달라는 효력 정지 가처분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행정부와 입법부의 '위헌적' 권한 행사를 법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엄연한 시간적 한계가 존재하고, 소송 요건에 맞는지도 불분명하다.
장영수 교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권한쟁의심판이 제기돼도 당사자적격 문제가 있어서 사실상 법적 해결이 쉽지 않다"며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 법조인은 "양측이 위헌적 행위를 동시에 철회하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고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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