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차훈(68)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판단을 받으며 사건이 고등법원으로 되돌아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1억7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박 전 회장은 재임 중 자산운용사와 새마을금고 자회사 관계자 등으로부터 거액의 현금과 물품, 변호사 비용 등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류혁 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통해 유영석 전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에게서 현금 1억원과 변호사 비용 50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가 있다.
또한 2022년 자회사 대표 김모 씨로부터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수수했고, 2021년에는 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상근이사 3명에게서 총 7800만 원을 받아 경조사비와 직원 격려금 등으로 사용했으며, 이 중 2200만 원은 변호사 비용 대납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과 2심 모두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으며, 2심에서는 추징금이 1심보다 5000만 원 늘어난 1억7200만 원으로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현금 1억원, 변호사 비용 2200만원, 황금도장 2개 수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유 전 대표로부터 변호사 비용 5000만 원을 수수한 부분은 직접 수령이 아닌 ‘대납을 요구·약속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중 일부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유 전 대표로부터의 변호사 비용 5000만원과 관련해 ‘요구·약속’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수재죄(뇌물·부정청탁 수수죄)의 경우 과거에는 금품을 약속받거나 수수 의도를 보인 정황만으로도 처벌되는 사례가 있었으나 금품 등을 실제로 수수했는지 여부가 처벌 요건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황금도장 수수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았다며 증거 수집 절차의 하자를 지적했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이는 압수·수색의 범위 및 절차적 적법성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향후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은 나머지 금품 수수 등 주요 혐의에 대해선 2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기타 부분에 관한 원심의 사실 인정과 법리 적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박 전 회장의 형량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돼 조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아주경제=박용준 기자 yjunsay@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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